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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Apr 14. 2024

색다른 휴일

삼백 열여섯 번째 글: 어쩌면 늘 꿈꾸는 것이긴 합니다만…….

지금 생각해 보면 혼자 살 때가 더 의미 있고 특별한 휴일을 보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아니 어쩌면 사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혼자 사는 것도 아니고, 가족이 함께 하는 삶에서 매번 일상적인 휴일을 보낸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기에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덧 나이를 이만큼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색다른 휴일을 꿈꾸는, 철없는 생각에 빠져 있는 제 모습을 보곤 합니다. 인생이라는 게 뭐 그리 특별한 구석이 있겠습니까? 일상적인 패턴의 반복에 지나지 않을 테도, 기껏 그래 봤자 살아가면서 한 번 정도 크게 웃을 만한 일이 생기곤 한다는 것 정도가 아니겠나 싶습니다. 만약 그런 걸 '특별한 어떤 것' 정도로 생각한다면, 맞습니다, 지금의 제 삶은 그저 일상적이기만 합니다. 후회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얼토당토않은 생각 같은 건 하지 않습니다. 특별한 휴일을, 지난번과는 다른 뭔가 색다른 휴일을 꿈꾸고 있다면 저 또한 담당해야 할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그다지 눈에 띌 만한 노력을 하지 않는 저를 본다면, 색다른 휴일을 꿈꾸는 건 참으로 무책임한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문득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가령 이번 주 토요일과 일요일은 저에게 그리 이색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니, 다음 주 주말이라도 색다른 휴일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 말입니다. 과연 그렇다면 색다른 휴일이라고 했을 때, 이 '색다름'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누군가와 함께 멀리 여행을 갔다 오는 것, 그것이 색다름일까요? 오랫동안 연락이 되지 않던 지인이나 친구를 만나 함께 하루 정도를 보낸다면 그것이 색다른 하루가 되는 걸까요? 아니면 값비싼 비용을 들여 집안에 그럴듯한 가재도구나 전자기기라도 들여놓아야 할 색다른 하루를 보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색다르다: 보통의 것과 다른 특색이 있다.


이쯤에서 '색다르다'는 말의 정확한 정의가 필요할 것 같아 사전을 찾아봤습니다. 보통의 것과 다른 특색이 있다는 것, 그것이 곧 색다르다는 말을 쓸 수 있는 경우가 되겠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낸 저의 어제와 오늘은 분명 조금도 색다른 구석은 없었습니다. 보통의 휴일과 조금도 다른 점은 없었으니까요. 그저 토요일이니까, 혹은 일요일이니까 조금은 느지막이 일어나 아침 겸 점심을 챙겨 먹고, 밀린 몇 가지 집안일을 처리했으며, 어느 정도 움직일 만한 여건이 되니 가방을 둘러메고 밖으로 나온 것,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렇다면 현생에서의 저의 색다른 휴일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 인이라는 한자의 특성상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사람이라는 동물이고, 그런 사람이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게 인생일 텐데, 이만큼 나이를 먹은 시점에서 돌아보니, 이젠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하고 행동하는 게 더없이 마음이 편안하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알고 나니 그저 불편한 사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색다른 휴일을 꿈꾸고 있는, 이 철없는 중년 남자의 생각은 과연 어찌해야 할까요?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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