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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Apr 28. 2024

어리석은 인간

2024년 4월 28일 일요일, 흐림


일요일 저녁이면 아쉬운 마음이 든다. 아침에만 해도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지, 하는 생각을 했는데, 벌써 주변이 어두워지고 있다. 아마도 그건 모든 직장인들이 그런 마음을 갖지 않을까 싶다. 거창한 계획이 있었건 없었건 간에 뭔가를 한 것도 없는데 이렇게 일요일의 하루가 저물어간다는 게 못내 아쉬운 것일 테다. 문득 벽시계를 쳐다보며 시간을 확인한다. 저녁 7시 18분. 하다못해 아침 7시 18분만 되었다고 해도 괜찮을 텐데, 이미 저녁이란 걸 실감하고 나니 요즘 말로 급우울해지고 마는 것이다.


벌써 7시가 넘었다는 말인가? 오늘이 토요일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매번 일요일 밤마다 맞닥뜨리게 되는 뻔한 감상이다. 그렇다면 시간이 그렇게도 많았던 금요일 밤과 토요일 하루는 뭘 했을까, 하며 자문해 보면 이에 대해서도 그리 시원한 대답을 하지 못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지내든, 시간은 우리와 상관없이 늘 일정한 속도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시간은 그 어떤 누구의 입장이나 생각도 배려하지 않는다. 그는 그냥 원래 그랬던 것처럼 늘 자기만의 리듬으로 흘러간다. 단지 우리가 괜스레 마음이 조급해졌다가 들떴다가 혹은 가라앉곤 할 뿐이다. 아무 느낌도 없고 잘못이라고는 없는 애꿎은 시간에게 우리는 화풀이하고 만다. 좀 천천히 가면 어디가 덧나냐고, 굳이 그렇게 쏜살같이 흘러가야 할 이유가 있느냐며 따지고 들 기세다.


나는 꽤 어리석다. 시간이 빨리 간다며 혹시라도 시간을 탓하고 있을 사람이 있다면 그 역시 어리석다. 어차피 시간은 빨리 흐른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얼마나 빨리 가는지 그 정도를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 눈 깜짝할 사이에 일주일이 지난 뒤 다시 이 자리에서 이런 감상에 젖게 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때에도 지금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지금과 똑같은 심정으로 지나가 버린 주말을 후회하며 다가오는 월요일을 조금은 두려워하고 있을까? 뭐, 물으나 마나 뻔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어리석다. 조금이라도 더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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