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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May 04. 2024

늙는 게 슬픈 이유

2024년 5월 4일 토요일, 흐림


아들이 외박으로 나온 김에 다음 주에 있을 어버이날을 미리 당겨서 치렀다. 네 식구가 함께 처가로 갔다. 팔순이 넘은 장인어른과 다 되어 가는 장모님, 두 분이 사시는 곳이다. 결혼한 지 벌써 23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불구하고 두 분은 내게 여전히 어렵다. 요즘 TV를 보면 장인어른에게는 아버지, 장모님에게는 어머니라고 부르는 사람이 제법 나오곤 한다. 모르겠다. 그들은 그들이고, 나는 나일뿐이다. 내게는 어림없는 일이다. 그만큼 친근하게 다가서는 것도 내 성격엔 거의 불가능할 테지만, 조금 더 핑계를 대자면 그건 법도에도 안 맞는 일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아무튼 돈을 더 쓰더라도 나가서 먹자는 게 내 주의라면, 나가면 돈밖에 더 쓰느냐고 하면서 음식을 사 와서 집에서 해 먹자는 게 아내나 두 어른의 입장이다. 도무지 이길 수 없는 게임이다. 맛있는 음식을 해 먹고 디저트 시간이 되었다. 평소에 두 분이 단출하고 외롭게 사셔서 그런지, 오늘따라 말씀이 참 많으셨다. 그도 그럴 것이 모처럼만에 손자가 간 데다, 고3이라 공부하느라 바쁜 손녀까지 갔으니 더욱 그러실 수밖에 없을 터였다.


쉴 새 없이 말씀을 하시는데, 문득 이삼십 년 후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하는 상상을 해보게 되었다. 나 역시도 그때에는 아무도 듣지 않을 말을 끊임없이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 어떤 자리에서든 우선은 내 얘기부터 하고 보자는 그런 노인으로 변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느닷없이 늙는다는 것은 슬픈 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어쩌면 늙는 게 슬픈 것이 아니라, 늙어서 외로운 게 슬픈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마 나도 그때쯤은 외로운 노인으로 초라하게 늙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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