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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May 05. 2024

비 오는 어린이날

2024년 5월 5일 일요일, 비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왔다. 하필이면 어린이날인 오늘 말이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전국에 있는 어린이들이 상당히 슬퍼진 하루가 아니었을까 싶다. 1년에 단 하루뿐인 어린이날, 이 날만큼은 어린이가 주인공이 되는 날이다. 산으로 들로, 혹은 놀이공원으로 하루 온종일 다니기 바쁜 때가 오늘인데 말이다. 어쩌면 오늘은 어린이라는 그 타이틀 하나만으로도 누릴 수 있는 게 넘쳐났을 그런 하루였다.


바로 이 중요한 날에 온종일 비가 왔으니 하늘이 어찌 무심하지 않았을까? 그렇다고 요즘의 아이들이 기가 죽을 아이들이 아닐 테다. 다만 이런 날씨에도 아이들의 등쌀에 못 이겨 여기저기로 다녔어야 할 젊은 부모들이 고생 꽤나 했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이제 어린이날은 나와는 거리가 먼 날이 되고 말았다. 22살, 19살인 두 아이들을 생각해 보면 어린이날이라는 타이틀이 어딘지 모르게 맞지 않는 기분이다. 물론 이 두 아이들이 아무리 나이가 먹어간다 해도 내게은 영원한 어린아이일 뿐이다. 생각이 그렇다 보니 그 많던 어린이날들에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아빠였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요즘의 젊은 아빠들처럼 얼굴 표정 하나 구기지 않고 해 달라는 것 다 해주며, 가자는 곳 다 따라다니며 그렇게 아이들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주었나 하는 생각을 해보니 반성할 점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참 애매한 나이였다. 아이들에게 마음속에 있는 사랑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어색하고, 어딘지 모르게 가벼워도 보이는 것 같고, 아무튼 그런저런 이유들로 아이들에게 그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 못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 이미 지나간 세월을 어떡하리? 옛말에 막상 효도하려니 부모가 이미 돌아가시고 없다고 하더니, 그건 아이들에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어린이를 대하듯 살갑게 대하려고 해도 정작 그 필요한 시기가 지나가고, 어느덧 성인이 되어 버렸다.


비 오는 어린이날, 괜스레 우울감에 젖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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