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배가 약간 나왔습니다. 한때는 똑바로 서 있으면 발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그게 중력의 법칙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배는 어쩔 수 없이 나오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한 번씩 거울을 볼 때마다 참 꼴 보기 싫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습니다. 배만 볼록하게 나온 모습이 눈에 심히 거슬립니다. 그렇다고 해서 다이어트를 꼭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건 아닙니다. 다만 멀쩡히 있다가도 거울 속에 비친 제 모습을 볼 때면 마치 한 마리의 돼지를 보는 것 같아 시간이 가면 갈수록 견디기가 힘들었던 건 사실입니다. 전문적인 다이어트에 관련된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니 일단은 먹는 양을 줄이려 노력했습니다. 틈날 때마다 운동도 병행했습니다. 그런 노력 때문인지 이전보다는 배를 조금 집어넣긴 했지만, 마음에 쏙 들지는 않았습니다.
예전에 저희 아이들이 저보고 배가 나왔다며 운동 좀 하라고 할 때에는 배가 아니라 인격이라며 태연하게 눙을 치곤 했습니다. 네, 맞습니다. 그것도 인격이라면 게을러 빠지고 나태한 인격의 소유자가 되는 겁니다. 그런 인격은 필요 없다는 결론에 이를 때쯤 다부지게 마음을 먹고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나름 삼매경에 빠져들 무렵엔 유튜브 등에서 온갖 동영상을 다 섭렵했습니다. 아마도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안 해 본 운동이 없을 것 같습니다. 1회씩 할 때마다 횟수에도 신경을 썼고, 몇 세트를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고심했습니다. 그 결과 아주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어떤 것이든 운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지 반드시 신체의 어느 부위에 더 효과적이거나 좋은 운동, 혹은 해서는 안 되는 운동 따위는 없다는 걸 말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운동할 때 듣기 좋을 만한 신나는 음악을 틀어놓고 운동합니다. 전신 운동으로는 딱 다섯 가지만 합니다. 그것도 노래 한 곡당 한 종목씩 합니다. 첫 번째 곡이 끝날 때까지 푸시업을 합니다. 팔에 힘이 빠질 때쯤엔 중간중간에 10초 정도씩 쉬기도 합니다. 두 번째 노래가 시작되면 스쿼트를 합니다. 딥 스쿼트입니다. 네 번째 내려갈 때마다 가장 깊은 자세에서 10초 정도 멈추고 다시 올라옵니다. 노래가 1절 정도 끝날 때쯤이면 허벅지가 터져나갈 것 같습니다. 세 번째 곡은 런지를 할 차례입니다. 앞으로 왼발과 오른발을 번갈아 런지를 하고, 이어서 뒤로 같은 방식으로 합니다. 총 4회가 한 사이클입니다. 네 번째 노래는 크런치입니다. 배가 당길 때는 마찬가지로 10초쯤 쉽니다. 마지막 곡은 레그레이즈를 합니다.
참, 이 전신 운동이 끝나고 나면 6.5kg의 덤벨을 양손에 들고 팔이 아파 도저히 들 수 없을 때까지 이두 운동 두 가지를 하고, 잠시 쉬었다가 삼두 운동 두 가지를 합니다. 대략 이렇게 하면 40여 분 정도 소요됩니다. 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는 이것저것 다 해보느라 욕심이 많았습니다. 무식하게 1시간 반 넘게 운동하곤 했지만, 앞에서 말했듯 다 부질없다는 사실을 익히 알기에 할 수 있는 것만 하려 합니다. 크게 무리가 가지 않는 데다 그리 많은 시간도 필요하지 않기에 부담 없이 운동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이렇게 운동한다고 해서 배가 얼마나 더 들어갈지는 저로서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뭔가를 한다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규칙적으로, 그리고 의식적으로 운동을 한다는 게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항상 잊지 않으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