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6일 목요일, 맑음
오늘은 아버지 기일이다. 시간이 참 빠르게 흐른다고 또 한 번 느끼게 된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돌아가신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6년이 흘러 버렸다. 과연 그 시간 동안 뭘 했을까? 함께 수십 년을 살았던 아버지가 가셨어도 세상의 그 어떤 것도 변한 것은 없다.
아버지는 6년 전 이즈음에 병원에서 위암으로 돌아가셨다. 지금 생각해도 믿기지 않는 게, 위암 말기라고 진단을 받은 바로 다음 날 돌아가셨다. 진단을 받던 날이었다.
"위암 말기입니다. 지금으로선 수술도 아무 의미 없습니다. 그냥 드시고 싶은 거 많이 드시게 하시고, 하고 싶은 게 있으시다면 마음껏 하게 해 주세요."
아버지를 담당했던 의사의 말이 아직도 귓가에 남아 있는 것 같다. 얼마나 더 사실 수 있냐는 말에 길면 한 달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서 나름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음 날 덜컥 돌아가시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남은 가족에겐 갑자기 돌아가신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충분히 허둥댈 만한 상황이었으나, 그나마 이버지가 돌아가시기 4년 전에 어머니가 먼저 돌아가셨던 관계로 장례 절차는 잘 알고 있었다. 일사천리로 장례가 진행되었고, 순리대로 아버지를 보내 드렸다.
영혼이라는 게 있는지, 정말 사람들의 믿음처럼 제사상을 차려놓으면 음식을 드시고 가시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런 생각 정도는 하게 된다. 어쩌면 이 자리에서 우리를 보고 계실지도 모르겠다고 말이다. 어쨌거나 만에 하나 오셨다면 눈으로라도 음식을 드시고 가셨으면 좋겠다.
이럴 때 이 말이 어울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인생이 참 덧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