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토요일, 흐림
오늘은 우리 마나님의 탄신일이다. 지금 동네에서 언니 동생하며 친하게 지내는 어떤 아주머니와 절에 갔다. 무슨 절에 갔는지, 어떤 교통편으로 갔는지는 모른다. 나이가 이 정도 되면 서로 어딜 가는지 묻지 않는다. 그냥 어디로 간다, 누구와 간다,라고만 얘기해 둔다. 그 외에 더 궁금해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서로에 대한 결례다. 심지어 몇 시에 집으로 돌아올 건지도 모른다. 그냥 오면 왔는가 보다,라고 할 뿐이다.
동갑내기 아내, 주민등록상으로는 내가 1년 넘게 되어 있으니 따지고 보면 누나인 셈이다. 따지고 보면 처음부터 나와 동갑인 사람 혹은 누나 뻘인 사람과 결혼을 하는 게 아니었다. 결혼하고도 23년이 지나고 있는 지금의 이 시점에 생각해 봐도, 정신연령의 그 간극을 메우기는 매우 힘들어 보인다. 아니, 어쩌면 보인다는 말로는 부족할지도 모르겠다. 그건 명백한 사실이다. 아무리 내가 성숙한 티를 내려고 해도 그건 내 힘으로도 어찌할 수가 없다.
원래 가족 중의 누군가가 생일을 맞이하면 생일 주인공보다도 다른 가족들이 더 분주하기 마련이다. 정작 주인공인 밖에 나가서 몇 시에 들어올지도 알 수 없는데, 외박을 나온 아들과 딸, 그리고 내가 더 마음이 급해진다. 누군가는 나간 김에 케이크를 준비해 와야 하고, 나는 집에 들어가는 길에 작은 화분이라도 하나 사갈 생각이다. 물론 본 선물은 미리 준 상태다. 열흘 전쯤 지인들과 1박 2일로 여행 갈 때 차나 한 잔 마시고 같이 간 사람들을 대접하라며 금일봉을 줬었다. 그래도 생일날 빈손으로 대하기는 무리다.
집에 남은 가족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저녁을 미리 먹는 건 경우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얼핏 보아하니 아무래도 족히 저녁 9시는 넘어야 들어올 것 같아서 일단은 대충이라도 각자가 끼니를 때우기로 했다. 몇 시가 되었든 온 가족이 둘러앉아 케이크 절단식만 하면 될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