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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May 19. 2024

어떻게 가든 서울만 가면 그만.

2024년 5월 19일 일요일, 맑음


결혼식을 보고 난 뒤 집으로 왔다. 오면서 땀을 거의 한 바가지 정도는 흘린 것 같다. 이 더위에 통풍도 잘 안 되는 양복을 입고 갔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여자는 정말이지 입을 만한 옷이 참 많아서 좋겠다고 말이다. 물론 정작 여자에게 물어보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대답할 게 뻔하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우리 집사람만 해도 늘 앓는 소리를 한다. 어딜 갈 때마다 우는 소리를 한다. 입을 옷이 없다나 뭐라나? 이해가 갈 때도 있긴 해도 대체로 동의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당장 옷장 문을 열어봐도 입을 옷이 수두룩한데, 그럴 때면 '그러면 이건 옷이 아니고 뭐냐?'라고 되묻고 싶지만, 몸에 맞지 않게 되었기에 혹은 철이 지나고 유행도 간 옷이니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가벼운 차림으로 옷을 바꿔 입었다. 옷이 날개라더니, 날개까지는 아니어도 옷차림 한 번에 사람이 이렇게 가벼워진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다듬고 백팩을 멘 채 집 앞에 있는 파스쿠찌에 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따뜻한 바닐라 라떼를 마셨는데, 이젠 무조건 차가운 것이라야 했다.


음료를 받아 들고는 자리에 앉았다. 늘 앉던 자리에는 모르는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 자리가 제일 편한 자리였지만, 별 수가 없다. 앉자마자 노트북을 펼쳤다. 당연히 글을 쓰기 위해서다. 제목을 입력하세요,라는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도 어김없이 또 저 녀석을 보고 말았다. 가볍게 눈을 한 번 흘겨준 뒤 묵묵히 글쓰기를 시작해 본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요즘은 늘 그런 일이 반복되는 것 같다. 글감에 대해 딱 정해 놓고 글을 쓰기보다는 마구잡이로 쓰면서 글감을 찾아가고 있는 형태로 글쓰기가 전개된다. 몇 번이나 말했지만, 어떻게 가든 서울만 가면 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서울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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