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사이에
삼백 서른여섯 번째 글: 저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요?
오늘은 스타벅스에 왔습니다. 집 근처에 있는 꽤 이름이 있는 네 군데의 커피 전문 매장 중 한 곳입니다. 어차피 제가 맛에 민감함 체질은 아니라 커피 맛이 어떤지는 잘 모릅니다. 어딜 가든 제가 좋아하는 음료를 마시면서 글을 쓰면 될 뿐입니다. 다만 스타벅스는 다른 곳보다 더 소란스러워서 자주 오는 편은 아닙니다. 너무 조용한 것도 도움은 안 되지만, 이 정도로 시끄러우면 글쓰기에 방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어느 정도는 큰마음을 먹어야 올 수 있는 곳이 바로 스타벅스입니다. 오늘은 괜스레 애꿎은 돈 쓰기 싫어 스타벅스에 오고 말았습니다. 지난 생일 때 받은 기프티 카드를 쓰면 되니까요.
늘 그랬던 것처럼 조용히 자리에 앉아 바닐라 라떼를 마셔가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무슨 내용의 글을 쓰냐고요? 글쎄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뭘 쓸까, 하며 고개를 두리번거리고 있노라니 유독 제 눈길을 끄는 두 커플이 보입니다. 집 근처라고는 해도 일면식도 없는 사람입니다. 두 커플 모두 제가 보기엔 기혼자들로 보입니다. 그런 그들이 제 눈길을 끈 것은 두 커플, 즉 네 사람이 모두 서로 마주 보고 앉은 게 아니라 옆에 나란히 앉아 있기 때문입니다.
우스갯소리로 기혼자들 가운데 길을 다닐 때 손을 잡고 다니면 부부지간이 아니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말이 사실이냐 아니냐를 떠나 분명한 건, 커피숍에서 저렇게 부부가 나란히 앉아 있는 것을 보는 건 그리 흔한 일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적어도 그런 점에서 그들은 제 시선을 붙들고 있습니다.
일단 나이는 네 사람 모두 삼십 대 초반 정도로 보입니다. 아직 한창 때라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결혼한 지 1~2년 상간, 혹은 갓 결혼한 사람들, 시쳇말로 아직 콩깍지가 벗겨지지 않은 상태라는 뜻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부부지간에 커피숍이라는 곳에 그들은 오고 마는군요. 게다가 그 많은 자리를 놔두고 굳이 옆에 딱 붙어 앉아 있습니다. 한 커플은 잠에서 깰까 싶어 연신 유모차를 밀었다 당겼다를 반복하고 있고, 다른 한 커플은 주변의 시선에도 아랑곳없이 약한 정도의 스킨십을 시도하고 있는 중입니다.
저로서는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부부가 같이 올 일이 없는 곳이 바로 커피숍이라는 곳인데, 이런 곳에서 저런 모습을 연출하고 있으니 솔직히 부럽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고 있는 사이 한 커플이 더 들어옵니다. 물론 그들도 부부로 보입니다. 설마 했더니 또 나란히 앉습니다. 만약 그것이 가능한 일이라면 한 번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지를 말입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