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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May 26. 2024

부부 사이에

삼백 서른여섯 번째 글: 저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요?

오늘은 스타벅스에 왔습니다. 집 근처에 있는 꽤 이름이 있는 네 군데의 커피 전문 매장 중 한 곳입니다. 어차피 제가 맛에 민감함 체질은 아니라 커피 맛이 어떤지는 잘 모릅니다. 어딜 가든 제가 좋아하는 음료를 마시면서 글을 쓰면 될 뿐입니다. 다만 스타벅스는 다른 곳보다 더 소란스러워서 자주 오는 편은 아닙니다. 너무 조용한 것도 도움은 안 되지만, 이 정도로 시끄러우면 글쓰기에 방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어느 정도는 큰마음을 먹어야 올 수 있는 곳이 바로 스타벅스입니다. 오늘은 괜스레 애꿎은 돈 쓰기 싫어 스타벅스에 오고 말았습니다. 지난 생일 때 받은 기프티 카드를 쓰면 되니까요.


늘 그랬던 것처럼 조용히 자리에 앉아 바닐라 라떼를 마셔가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무슨 내용의 글을 쓰냐고요? 글쎄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뭘 쓸까, 하며 고개를 두리번거리고 있노라니 유독 제 눈길을 끄는 두 커플이 보입니다. 집 근처라고는 해도 일면식도 없는 사람입니다. 두 커플 모두 제가 보기엔 기혼자들로 보입니다. 그런 그들이 제 눈길을 끈 것은 두 커플, 즉 네 사람이 모두 서로 마주 보고 앉은 게 아니라 옆에 나란히 앉아 있기 때문입니다.


우스갯소리로 기혼자들 가운데 길을 다닐 때 손을 잡고 다니면 부부지간이 아니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말이 사실이냐 아니냐를 떠나 분명한 건, 커피숍에서 저렇게 부부가 나란히 앉아 있는 것을 보는 건 그리 흔한 일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적어도 그런 점에서 그들은 제 시선을 붙들고 있습니다.


일단 나이는 네 사람 모두 삼십 대 초반 정도로 보입니다. 아직 한창 때라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결혼한 지 1~2년 상간, 혹은 갓 결혼한 사람들, 시쳇말로 아직 콩깍지가 벗겨지지 않은 상태라는 뜻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부부지간에 커피숍이라는 곳에 그들은 오고 마는군요. 게다가 그 많은 자리를 놔두고 굳이 옆에 딱 붙어 앉아 있습니다. 한 커플은 잠에서 깰까 싶어 연신 유모차를 밀었다 당겼다를 반복하고 있고, 다른 한 커플은 주변의 시선에도 아랑곳없이 약한 정도의 스킨십을 시도하고 있는 중입니다.


저로서는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부부가 같이 올 일이 없는 곳이 바로 커피숍이라는 곳인데, 이런 곳에서 저런 모습을 연출하고 있으니 솔직히 부럽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고 있는 사이 커플이 들어옵니다. 물론 그들도 부부로 보입니다. 설마 했더니 나란히 앉습니다. 만약 그것이 가능한 일이라면 한 번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지를 말입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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