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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May 26. 2024

공기의 마임

0714

밤새 창에 기댄 채 꼬박 새우며 차가워진 공기가 창을 열자 슬그머니 침대로 기어들어와 드러눕는다.


어젯밤 방치한 불량한 공기들은 하룻밤 거리를 배회하다가 신선하게 마음을 고쳐먹고 돌아왔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공기처럼만 살아야지


이는 공기의 본디 성질과 습성을 모르고 하는 소리.


공기는 정해진 타입과 패턴이 없어서 순수한 줄 알지만 교묘하게 짓궂고 엉뚱하게 고백이 잦다.


앞으로 더 나아진 나로 거듭날 거야


공기는 호기를 부리고 이내 더러움과 어울리다가 처음마음을 놓치기도 한다.



공기청정기는 공기들의 고해소.


손잡은 나쁜 친구들과의 이별을 종용하고 다짐을 받는다.


오후가 되자 비에 젖은 공기가 몸을 휘감는다.


비 내음인지 공기 냄새인지 청량하다.


공기는 움직임이 언어이고 마임이 기세다.


공기는 알갱이이었다가 집채만한 그물이 된다.


크게 심호흡을 하며 공기를 들이마시고 폐 안에서 공기놀이를 한다.


공기는 역할을 할 때보다 제 몸을 가지고 활동할 때에 더 신나고 개구지다.


보이지 않게 마임하는 공기를 보게 되거든


쉬엄 쉬엄 노닐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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