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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May 26. 2024

빌어먹을 비가 또 옵니다.

2024년 5월 26일 일요일, 흐림


날씨가 심상치 않다. 멀쩡히 잘 있다가 비가 오기 시작했다. 사실 일기 예보에서 비가 내릴 거라는 말이 있긴 했다. 그렇다면 뜬금없는 비는 분명 아닌 것이다. 그러나 어찌 되었건 간에 내게 비는 그저 뜬금없는 불청객일 뿐이다. 더군다나 지금 내리는 이 비가 내일 아침까지 내린다면 그것만큼 최악의 시나리오는 없다.


예전엔 이 정도로 비를 싫어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비에 대한 내 호불호는 극에 달하고 있다. 왜 그런지 그 이유를 나 또한 알지 못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런 내 모습도 어이없을 뿐이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어찌할 것인가? 내 사정 봐가면서 내리는 녀석이 아니라는 걸 모를 리 없는데도 비가 오면 무작정 신경질부터 돋는다.


이 정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 거의 노이로제에 가까운 게 아닐까? 별다른 이유는 없다. 그냥 싫을 뿐이다. 내리기 직전에 지면에서 올라오는 매캐한 흙냄새가 신경을 건드리고 만다. 비가 내 인생에 어떤 비극을 가져다주었거나, 비 오는 날과 관련하여 슬픈 혹은 가슴 아픈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난 비가 너무 싫다. 누군가는 비가 오면 막걸리에 파전 운운하며 운치 있는 분위기를 느낀다고 하지만, 내게 비는 욕받이 대상일 수밖에 없다.


뭐, 이미 모습을 드러낸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집에 들어가기 전까지 최대한 우산을 덜 쓰는 상황에 놓이길 바랄 뿐이다. 그게 안 된다면 밤새 퍼부어도 좋으니 제발 내일 아침만은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맑고 화창하지 않아도 좋다. 하루 종일 먹구름이 하늘에 드리운다고 해도 상관없다. 빗방울만 떨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안 그래도 기분이 가라앉는 월요일 아침부터 저놈의 빌어먹을 비 때문에 한 주간을 우울하게 시작하게 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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