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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May 29. 2024

절이 싫어 떠나는 중이 되어

2024년 5월 29일 수요일, 맑음


결국 그 커피숍을 나왔다. 공짜 커피를, 그것도 눈치 보면서 먹는 게 아니라 내 피 같은 돈을 주고 당당히 먹고 있는데도 도저히 더는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글을 쓰는데 그들의 말소리, 웃음소리가 뒤섞여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아무리 기다려도 주인은 제지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매장 내에 거의 대부분이 빈자리라 그 인간들이 앉은자리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자리로 이동하면 소음은 덜 하겠지만, 아무리 꼴 보기 싫어도 사람의 면전에서 그러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이다. 미련 없이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더 앉아 있다가는 그들에게 욕이라도 한 바가지 퍼부을 것 같았다.


어디서 저런 인간들이 사람 행세를 하고 다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나이를 먹었다고 다 어른은 아니다. 나이를 먹었다는 자체는 충분히 존중받아야 하고, 더러는 존경까지 따라야 하지만, 저런 인간들은 존중이 아닌 욕을 끼얹어야 한다. 저 나이 먹도록 어딜 가서 해도 되는 행동과 해선 안 되는 행동을 분간할 수 없다면 그게 어찌 사람이겠는가?


좋은 기분으로 들어가서 내 돈 쓰고 여유를 누려보려 했더니, 기분만 잔뜩 더러워진 채 발길을 돌려야 하는 나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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