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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Jun 04. 2024

퇴근 길

2024년 6월 4일 화요일, 맑음


오늘은 퇴근 시간이 많이 늦어 버렸다. 이번 주에 있는 재량휴업일까지 낀 연휴 아닌 연휴 때문에 할 일이 많아졌다. 느지막이 일을 끝내고 저녁까지 해결했다. 7시 20분이 되는 걸 보고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버스를 기다려 보지만, 기척이 없다. 하필이면 버스운행정보시스템까지 먹통이 돼 언제 도착할지도 기약이 없다. 다만 늘 타던 버스니 대충 언제쯤 학교 앞을 지나가는지 알 뿐이다.


기다리는 것 외엔 별 수가 없다. 말은 왜관역에서 구미역까지 운행하는 시외버스 같은 차라고 하는데, 배차 간격도 너무 긴 데다, 21km 밖에 안 되는 거리를 가는 데 무려 1시간 10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는 버스다. 말 그대로 마을버스 같다고나 할까? 게다가 이 버스를 놓치면 오늘 중으로는 4대밖에 운행하지 않으니 더 애가 탄다.


버스가 올라오는 내리막길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7시 40분 조금 넘어 겨우 버스가 모습을 드러낸다. 지금부터 긴장해야 한다. 잠시 한눈팔고 있다 보면 버스가 그냥 지나쳐 버린다. 기사가 보일 정도로 크게 손을 흔들어 버스에 오른다. 안도의 한숨, 좌석에 몸을 묻으니 벌써 귀가한 것 같지만, 진짜 기다림은 이제부터다.


왜관역에 도착하니 8시 3분, 7시 55분에 출발한 기차를 탈 리가 없다. 이때부터 길고 지루한 기다림이 시작된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으나, 9시 24분까지 기차가 없다. 거의 한 시간 반을 기다려야 한다. 중간쯤, 정확히 말하면 8시 15분쯤 ITX-새마을호가 지나가지만, 안타깝게도 왜관역을 그대로 통과해 버린다. 이 1시간 반이 그리 안타까울 건 없다. 늘 하던 대로 기다리면서 글을 쓰고, 글이 막히면 책을 본다. 둘 다 안 될 때는 아무도 없는 플랫폼에서 노래를 불러 녹음도 해 본다.


드디어 열차에 몸을 실었다. 피곤한 하루, 아직 10년은 더 이 생활을 뱐복해야 한다. 참고 버티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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