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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Jun 13. 2024

자서전에 들어갈 마지막 문장

제가 참여해서 활동하고 있는 카카오톡 글쓰기 단톡방이 있습니다. 현재 회원은 39, 서로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글을 쓰겠다는 마음가짐 하나로 모여들었습니다. 생각할수록 신기한 경험입니다. 제 주변에서는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는데, 이렇게도 은 사람들이 모여들었으니 말입니다.


1주일에 의무적으로 한 편씩 글을 쓰는 방식으로 운영이 됩니다. 매주 일요일 저녁이나 월요일 오전, 정해진 순서에 따라 누군가가 글감을  제시하면, 나머지 회원들은 그 글을 써서 단톡방에 올립니다. 물론 글감과 관련 없이 자유 소재로 글을 올려도 무방한 곳이긴 합니다.


그런데 더러 누군가는 자신의 글을 품평해 달라고 합니다. 자기가 쓴 글이 어떤 점에서 잘되었는지 혹은 어떤 대목에서 부족한 것인지 궁금하다는 뜻이겠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이런 점에 대해 궁금한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한편 누군가가 공식적인 오프라인 글쓰기 모임에 참석해 보니, 회원들 각자가 쓴 글을 두고 난도질을 하더라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품평해 달라는 그분은 어쩌면 오프라인 글쓰기 모임에서 그 같은 경험이 있었거나, 그 품평으로 인해 어떤 상처를 입은 경험이 있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누군가는 그렇게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쓴 글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글을 쓰는 데 있어서 무슨 발전이 있겠느냐고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타인의 글을 난도질하는 건 경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무슨 문학평론가는 아니니까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 자신의 글을 쓰는 것이지, 타인의 글을 감히 평가하고 제단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타인의 글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과연 우리가 무슨 자격으로 남의 글이 어떠니 저 떠니 따위의 말을 할 수가 있을까요?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처럼 그렇게 품평을 하는 사람은 그와 같은 글을 쓸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품평을 요청하는 분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갔습니다만, 글을 쓴 당사자가 얼마나 많은 고심을 하며 용기를 갖고 쓴 것인지 미루어 짐작하기에 격려 및 응원 차원에서의  소감 정도만 짧게 언급하곤 합니다. 그게 글을 쓰는 사람의 도리라고 믿습니다.


그 온라인 글쓰기 단톡방에서 이번 주에 제시된 글감이 바로 '자서전에 들어갈 마지막 문장'입니다. 처음 글감을 접하고 나서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자서전이라니요? 일반적인 위인전 혹은 전기문과 달리 스스로 쓴 전기문 같은 글이 자서전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제 머릿속에 든 고정관념이 제일 먼저 제 발목을 붙드는 것 같았습니다.


내가 자서전을 쓸 만한 자격이 되는가?
나에게, 타인에게 귀감이 될 만한 업적이나 특징 혹은 후일담이 있는가?


자서전은 말 그대로 자신의 생애와 활동을 직접 적은 기록이라고 하니, 누군가가 제게 자서전을 써 보라고 한다면 못쓸 것도 없겠습니다. 다만 저처럼 평범한 사람이 자서전은 무슨, 하는 생각부터 든 건 명백한 사실입니다. 그런 제가 만약 자서전을 써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아마 지금까지 제가 살아온 지난날들을 돌아보며 중요한 사건을 반추해 볼 것 같습니다. 그 사건이 저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면서 기억하고 싶은 일들과 그렇지 않은 일들엔 무엇이 있는지 돌아볼 듯합니다. 제 삶을 지탱하는 데 있어서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 사람들을 소개하고 제 좌우명에 대해서도 쓸 것 같긴 합니다.


대망의 제 자서전의 마지막은 이 말로 마무리를 지을 것 같습니다.


저는 아주 아주 부족한 인간으로 살았지만, 그나마 지금 이 정도의 인간으로 만들어 준 건 오직 글쓰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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