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닥치고써 Jun 17. 2024

잠에 취해 보낸 하루

2024년 6월 17일 월요일, 맑음


어제 새벽 2시경에 잠들었다. 뭔가 꿈을 꾼 것 같기도 했고, 아닌 듯도 했는데, 아무튼 꽤 멀리서 뭔가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마치 꿈과 현실 사이에 야트막한 담장이라도 하나 가로놓인 듯 순간적으로 눈을 떴다. 그 요란한 소리가 생각보다도 가까운 곳에서 울렸다. 휴대폰 알람소리였다.


5시 30분, 3시간 반밖에 못 잤다. 잠이라는 게 무조건 열몇 시간씩 자야 하는 건 아니라고 해도 세 시간 반은 확실히 버거웠다. 낮동안 한창 아이들과 실랑이를 벌이거나 수업을 할 때는 그래도 나았다. 문제는 조금의 틈이라도 생기면 늘어진다는 것이었다. 특히 점심 먹고 난 후가 가장 견디기 힘들었다.


꾸역꾸역 정해진 수업을 다하고 아이들을 귀가시켰다. 남은 시간은 업무 시간이다. 아무래도 자꾸만 졸음이 온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게 고역이니 쏟아지는 잠을 쫓기 위해 별의별 짓을 다해 본다. 멀쩡히 가만히 앉아서 일을 하다 벌떡 일어나 푸시업을 몇 개 하고, 스쾃까지 한다.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라 그런지 횟수를 채우는 게 확실히 평상시보다 버겁다.


동학년연구실에 가서 커피를 한 잔 타왔다. 잠을 쫓기 위한 손쉬운 조치였지만, 내겐 그것마저도 통하지 않는다. 커피를 하도 많이 마셔서 카페인에 대한 민감성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 오히려 잠이 안 올 때 커피 두 잔 정도를 입에 털어 넣고 나면 잠이 더 잘 오곤 한다.


한참 동안 일을 했다. 아직 퇴근 시간이 2시간 남짓 남았다. 다른 건 몰라도 밤에 잠을 충분히 못 잔 날은 절대 낮잠을 자지 않는 게 내 철칙이다. 피곤하다는 이유로 낮잠을 청하다 보면 자칫하다 밤낮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이 밤낮이 바뀐다는 건 정상적인 생활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아니나 다를까, 퇴근하자마자 저녁을 해결하고 나니 또 한바탕 늘어진다. 내친김에 31년 지기를 만나 세 시간 동안 볼일을 보고 이제 지하철에 올랐다. 좌석에 앉으니 또 잠이 몰려온다. 어쨌건 간에 오늘은 하루 온종일 잠에 취해 하루를 보내고 말았다. 얼른 가서 누워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도서관에 있을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