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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Jun 18. 2024

독서하는 사람

144일 차.

요즘 며칠째 진기한 광경을 보고 있는 중입니다. 그렇게도 보이지 않던 모습이 자주 눈에 띕니다.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고나 할까요? 원래 지하철이나 기차를 타면 사람들은 딱 두 부류로 갈리곤 합니다. 하나는 말할 것도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휴대폰만 들여다보는 사람들이고, 나머지 한 부류는 눈을 감은 채 좌석에 기대어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입니다. 같은 객차 안에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이 한 명 있을까 말까인 모습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일까요? 제가 탄 지하철 객차 안에 무려 세 사람이 책을 읽고 있습니다. 그것도 꽤 진지하게 읽는 듯 보입니다. 순간적으로 전 또 뭔가가 유행 중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래 사람들은 어떤 유행이 생기면 따라 하기를 좋아하니까요.


언젠가 그랬던 적이 있었습니다. 미하엘 엔데를 책으로 처음 만난 날 너무도 깊은 감명을 받아 제가 마치 '모모'의 전도사라도 된 것 마냥 사람들에게 그 책을 추천하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제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모'를 집어 들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이 꽤나 흐뭇하여 가족에게 얘기했더니 한참 동안 웃기만 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떤 드라마 얘기를 꺼냈습니다. 아마도 제목이 '내 이름은 김삼순'이었던 걸로 기억이 납니다. 거기에 나오던 남자주인공인 현빈 씨가 극 중에서 책 읽는 모습을 자주 보였는데, 그 책들 중의 하나가 바로 '모모'였습니다. 그러면 그렇지, 그럴 리가 없는데 하며 저도 그땐 멋쩍게 웃어넘겼습니다.


그때의 기억 때문이 아니겠나 싶습니다. 또 무슨 드라마에서 누군가가 독서하는 모습을 자주 보인 모양이다, 하는 생각이 든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뭐, 이유야 어떻건 간에 책 읽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건 상당히 고무적이고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화는 어렵다고 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함부로 행동하는 경향이 강한 것도 교양이 부족하기 때문이니까요. 물론 그런 교양을 쌓는 방법으로 독서만 한 건 없을 테고요.


저도 책을 꽤 좋아하다 보니 사람들이 책을 읽고 있으면 무슨 책을 읽고 있나 싶어 눈길이 자주 갑니다. 제목이라도 보이면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그 책에 대한 정보를 훑어보곤 합니다. 그러다 가끔 괜찮아 보이는 책을 발견하면 독서리스트에 슬쩍 끼워 놓습니다. 며칠 뒤 공공도서관에 가서 그 책을 빌려오거나 때마침 중고 물품으로 나온 게 있으면 구매하기도 합니다.


언젠가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전공서적을 제외하고 1년에 평균 1권의 책을 읽는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대학교 학생들이 그 정도라면 다른 곳은 말하나 마나이지 않겠나 싶더군요.


아침부터 흐뭇한 모습에 출근길이 가벼웠습니다. 열심히 책을 읽고 있던 그 세 남자분과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입니다만, 그들의 보람 있는 하루를 빌어 주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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