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닥치고써 Jun 22. 2024

비 내리는 오후

2024년 6월 22일 토요일, 비


내리는 비가 심상치 않다. 아마도 장마가 시작되려는 모양이다. 곧 장마가 시작될 거라는 말을 듣긴 했지만, 평소에 일기예보에 큰 관심이 없어서 굳이 찾아보거나 하진 않는다. 그러다 이렇게 꽤 오래 내릴 것 같은 비를 만나면 나는 자포자기의 상태가 되고 만다. 행동반경은 자연스럽게 좁아지고, 거의 집밖으로는 나가지 않게 된다. 그나마 나갈 수 있는 곳이 집에서 3분 거리에 있는 파스쿠찌이다. 2층으로 된 건물이다. 올라가 보지 않는 한 손님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는 없다. 늘 그랬던 것처럼 이곳 1층엔 점원과 나 둘뿐이다. 가끔씩 손님의 음료를 주문받아서 만들 때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소음이 들리지 않는다. 글쓰기에 이만한 최적의 환경이 있을까?


비가 와서 그런지 꽤 달달하게 들리는 음악들이 내내 흐르고 있다. 문득 궁금해졌다. 이 음악을 점원이 선곡을 하는지, 아니면 그냥 자동적으로 재생되는 수십여 곡의 음악일까, 하는 점이 말이다. 몇 곡만 들어봐도 사람의 마음을 후벼 파고들 만한 음악들 뿐이다. 이럴 때에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어디 멀리서 누군가가 외치는 소리를 듣는 것처럼 그저 가볍게 흘려들어야 한다. 이 노래 뭐지, 꽤 좋은 데, 하며 듣다가는 어느새 음악의 분위기에 말려들고 만다. 그렇게 되면 글쓰기는 물 건너가게 된다.


글을 쓰다 문득 창밖을 내다본다. 평소보다 사람들의 통행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비가 오니 그런 모양이다. 뭐, 그렇다고 사람이 밖으로 다니지 않게 될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차를 끌고 나왔다는 뜻일 테다. 생각을 그렇게 해서 그런지 차 통행량은 평소보다 더 늘어난 것 같다. 비는 몸서리치도록 싫지만 자동차 바퀴 밑에 깔리는 빗소리는 듣기 싫지 않다. 심지어 몇 안 되는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우산의 행렬도 그 나름으로는 장관을 이루고 있다.


정말 장마가 시작된 게 맞다면 며칠간은 비가 내릴 것이다. 그게 사실이라는 듯 딸아이가 무심코 던진 한 마디에 귀가 솔깃해졌다.

"내일부터 계속 비가 내린대."

계속 비가 올 것이라고 했다. 내가 싫은 것은 싫은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 올 비도 아니고, 뭐, 어쩌겠는가? 한동안 하늘만 쳐다보며 쓴 입맛을 다셔야 하지 않겠나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금요일 저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