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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Jun 23. 2024

늘어지는 일요일

2024년 6월 23일 일요일, 맑음


일요일 하루가 또 저물어 가고 있다. 뭐 특별할 게 있겠는가? 그저 수많은 일요일 중의 하루일 뿐이다. 몇 가지 일을 해놓고 공공도서관에 잠시 다녀왔다. 도착한 것이 1시쯤이었으니 노트북 자리가 있을 리 없다. 뭐, 저마다의 사정이 있겠으나 달랑 책 한 권이나 태블릿 하나 올려놓고, 이 자리는 내 자리이니 넘보지 말라는 듯 자리를 비우고 간 사용자가 눈엣가시였다. 5시 되기 직전, 도서관을 나설 때까지 그런 자리는 결국 주인공이 누구인지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


어쨌건 간에 늦게 간 게 죄라면 죄다. 아침 10시 이전에 가지 않는 이상 그 자리는 맡기가 하늘의 별따기이다. 카공족이라면 누구라도 눈독을 들일 만하다. 아니 도공족인가? 따지고 보면 나 역시 다른 사람들에겐 카공족에 지나지 않을 테다. 10시 이전에 와서 문을 닫는 순간까지 글을 쓰다 가니까 말이다.


일찌감치 노트북 자리는 미련을 접고 넓은 소파에 편하게 기대어 앉았다. 새로 빌린 책 한 권을 펴서 읽었다. 막상 읽어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원래 도서관이라는 곳이 책을 읽는 곳이지 글을 쓰는 곳은 아니잖은가?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다. 글을 써야 하는데,라는 조바심도 사라졌다. 눈에 쏙쏙 들어오는 활자들에서 편안함도 느낄 수 있었다. 뭐, 그러면 된 것 아닌가? 이렇게 늘어지는 일요일 오후 한가운데를 책을 읽으며 관통하는 기분도 나쁘지 않다.


내게 일요일은 그랬다. 뭔가 타이트하게 흘러가는 느낌보다는 바쁘게 보내든 한가하게 보내든 늘어지는 느낌이 들곤 했다. 그냥 릴랙스 하라는 뜻인가 싶다. 괜스레 뭔가를 하겠다고 아등바등하지 말고 흘러가는 대로 시간을 내버려 두라는 의미인 같다. 어차피 내일이면 주간을 열심히 달려가야 한다. 100m 출발선에서 전력으로 달리기 전에 운동화 끈이나 질끈 동여매라는 뜻이 아니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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