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닥치고써 Jun 26. 2024

오늘 아침에 글을 쓴 자가 작가다.

152일 차.

습관이란 건 참 무서운 일입니다. 지금처럼 이렇게 지하철을 기다리느라 승강장에 내려와 있으면 저도 모르게 스마트폰부터 꺼내 들게 됩니다. 눈을 뜨자마자 오늘이라는 하루가 시작되지만, 저의 아침은 글을 써야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가만히 보면 무슨 강박증이 있는 사람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아침식사는 건너뛰고 나와도 글은 꼭 쓰고 있으니까요.


뭘 그리 쓸 게 많으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제가 아이디어 뱅크가 아닌 이상 주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늘 글감이 생기는 건 아닙니다. 항상 글을 쓸 때마다 느끼는 게 있는데, 글감이 준비되어 있어야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글을 쓰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뭐, 이렇게 표현해도 될까요? 글감이 있는 날은 신나게 쓰고, 없는 날은 또 그에 맞춰 어떻게든 글을 씁니다.


가족들의 말처럼 글을 하루도 빠짐없이 쓴다고 해서 자다가도 떡이 나오는 건 아닙니다. 하물며 하늘에서 돈이라도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제 만족입니다. 글을 써야 하루가 시작된다는 저와의 작은 약속을 이행하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영화와 드라마가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매월 일정량의 돈을 지불한다면 아마도 죽을 때까지 눈과 귀를 즐겁게 할 것들이 도처에 널려 있습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이쯤 되면 골프만큼 괜찮은 것도 없을지도 모릅니다. 골프채를 들고 사람들이 들로 산으로 뛰어다닐 때 저는 스마트폰 하나 들거나 혹은 노트북을 등에 매고 길을 나섭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게 저와 딱 맞는 것 같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살면서 제가 가장 잘한 일이 글을 써야겠다고 결심한 것입니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실행에 옮기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것만 생각하면 됩니다. 타인이 인정해 주건 않건 간에 글을 쓴다는 그 자체에만 만족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입니다. 물론 타인으로부터의 인정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겠지만, 글은 타인이 아니라 바로 제 자신이 써야 하는 것입니다.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가 기준이 되어선 안 됩니다. 어디까지나 제가 기준점이고 출발점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어쩌면 욕심을 비우는 게 좋을지도 모릅니다. 글을 쓰다 보니 출간도 하고 등단도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지, 처음부터 출간을 위해 혹은 등단을 목적으로 하는 글쓰기는 잘못 꿰어놓은 단추와 같습니다.


매일 일기를 쓴다고 생각해 보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기를 쓸 때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혹은 작가가 되기 위해 쓰는 것은 아닐 테니까요. 제 자신을 돌아보고, 일상생활에 지쳐 미처 만나지 못했던 마음속 깊은 곳의 저와 나누는 은밀한 대화이니까요. 그것이 곧 글쓰기가 아닐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매일 아침 소풍을 가듯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