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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Jun 27. 2024

시간을 돌아보며

153일 차.

아마 한 주에 한 번씩은 했을 법한 말을 또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벌써 또 목요일입니다. 월요일이던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말입니다. 언제 또 닷새를 지낼까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합니다. 시쳇말로 그래도 문교부(교육부의 이전 명칭)와 국방부 시계는 간다고 하더니 그 말에 틀림은 없습니다.


정말이지 요즘 시간의 흐름이 무서울 정도입니다. 그때그때 맞닥뜨리게 되는 느낌은 다를 테지만, 늘 지금 같다면 아무리 힘든 일을 앞두고 있다고 해도 문제없이 치러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늘 그랬듯 어떻게든 시간은 지나갈 테니까요. 마치 언제 그런 일이 있기라도 했냐는 듯 시치미를 뚝 떼고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고 있지 않겠나 싶습니다.


따지고 보면 죽음의 순간이 점점 앞당겨지고 있는 셈입니다. 10대 때는 물론이고 20대에도 이런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언제까지라도 늙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그때까지만 해도 늙음은 저와는 그리 관련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최소한 멀고 먼 훗날의 얘기일 거라 믿었습니다.


30대부터 약간은 느낌이 이상했습니다. 그래도 그때는 시간이 정말 잘 흘러간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아도 혹은 특별한 일이 없었어도 때가 되면 하루가 지나가 있곤 했습니다.


아마도 이게 뭐지, 하는 일종의 위기감은 40대 때부터였던 듯합니다. 얼추 인생의 반은 살았구나 생각했고, 벌써 이 나이가 되었나 싶었습니다. 한 것 없이 나이만 먹고 있다는 무력감이 한층 심해진 건 50대가 지나서입니다. 이젠 아무리 계산해 봐도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을 넘지는 못할 듯합니다.


얼마 전에 지나가는 말로 앞으로 40년은 더 살고 싶다는 말을 가족들에게 꺼냈던 적이 있었습니다. 대놓고 한 얘기는 아니었습니다. TV를 보다 무심코 혼자 중얼거린 말을 듣고 만 것이지요. 욕심이 너무 지나치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딱 30년만 더 살고 가는 게 맞다고 했습니다. 더 살고 싶은 그 10년은 다음 생에 저축해 두라고 했습니다.


점점 나이가 드는 게 무서워집니다. 그 무지막지한 책임감이 종종 저를 엄습합니다. 주변에서 나이만 들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저렇게 안 되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할 때면 나이의 무게감이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오기까지 합니다.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제게, 너라고 뭐 별 수 있겠냐며 말하곤 합니다. 맞습니다. 분명히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다만 저는 그냥 나이만 들어가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습니다. 옆에 누가 있든지 말든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어린아이 같은 노인이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널리고 널린 시간을 주체하지 못해 동네에 나와 앉아 대낮부터 거나하게 술에 취한 채 하루 종일 지나가는 사람들만 보며 시간을 때우며 살고 싶진 않습니다. 그게 과연 제 마음대로 될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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