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닥치고써 Jul 03. 2024

진정성 있는 사과의 중요성

159일 차.

평소에 아이들에게 사과의 중요성에 대해 가르치고 있습니다. 적절한, 혹은 경우에 따라 충분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는 사태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해 주고 일을 더 크게 키우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예전에는 별 것 아니라며 충분히 넘어갈 수 있는 일도, 애들이 크다 보면 그럴 수 있지 하며 이해할 만한 일도 적어도 지금은 용납이 안 되는 시대라는 걸 늘 강조합니다. 아직 열 살밖에 안 된 애들이라 알아듣건 다는 못 알아듣건 간에 말입니다.


제가 여기에서 늘 강조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만약 친구들에게 잘못한 일이 생기면 지체하지 말고 곧장 사과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정말 별 것 아닌 일이라면 사과 하나로 상대방이 마음을 누그러뜨릴 수 있고, 다소 큰 일이라고 해도 사과가 있고 없고는 차후 사태의 전개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최근 서울에서 끔찍한 교통사고가 일어났습니다. 대체로 이런 경우에 사망자가 1~2명 정도일 텐데, 무려 9명이나 사망한 사고입니다. 사고가 일어난 뒤 운전자는 차량의 급발진을 주장했다는 보도를 봤습니다. 만약 예전 같았다면 사람들이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하며 넘어갔을 테지만, 요즘 같은 때엔 어림도 없는 일입니다. 차량의 결함에 의한 급발진 사고였다는 운전자의 주장이 사실이건 아니건 간에 TV 뉴스 덕분에 전 국민이 실시간으로 사고 현장 CCTV를 볼 수 있는 시대입니다. 웬만한 성인이라면 모두가 운전하는 세상에 해당 영상만 봐도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급발진의 사실 유무를 판단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게다가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목격담까지 가세한 형국입니다.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니 설령 운전자의 주장처럼 급발진 사고였다고 해도 운전자의 주의 의무 위반 혐의에 대해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전문가의 말이 들렸습니다. 제동 장치는 말을 듣지 않았다고 해도 조향 장치는 작동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즉 핸들을 틀어서라도 인명 피해를 최소화해야 했다는 것입니다.


그런 가운데 사고가 일어난 직후 운전자와 동승한 사람이 피해자들을 챙기기보다 운전자만 신경을 썼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습니다. 응급조치를 위해 그 동승자에게 사람들이 어떤 부탁을 했는데, 이에 뜨뜻미지근하게 반응을 해 주변으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는 후일담도 들립니다. 그 모든 후문들이 사실이건 아니건 간에 이번 사건은 결코 일어나선 안 되는 사건이었습니다. 차도도 아닌 인도에 서 있던 사람들이 참변을 당하는 사고라니요?


이번 사건을 보고 들으면서 안타까웠던 건 사고가 일어난 직후 왜 운전자가 고인들과 유가족들에게 사과부터 먼저 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사과가 뒤따른다고 해서 발생했던 사고가 없던 일이 된다거나 돌아가신 분들이 다시 살아서 돌아올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것이 유가족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닌가 싶습니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장마가 시작되나 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