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자주 글을 씁니다. 대략 하루에 두세 편은 쓰겠다는 나름의 저와의 약속도 있으니까요. 편 수가 뭐가 그리 중요하겠습니까마는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100편 정도 써 보자는 작은 목표도 세운 상태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제가 글의 질적인 면보다는 양에만 치중하는 건 아닙니다. 그렇게 안 보일 수도 있겠으나, 저 역시 조금이라도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해 몸부림을 칩니다. 왜냐하면 제게도 글을 잘 쓰고 싶은 욕심이 있으니까요.
아마도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은 이곳에 계신 분이라면 누구라도 할 만한 생각일 겁니다. 비록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이긴 해도, 그 아슬아슬한 익명성 속에서도 체면치레는 해야 할 테니까요. 구독하고 구독을 받는 가운데에 친분이 생기고, 그 친분만으로도 제가 쓴 글은 저의 얼굴이 되니까요.
과연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요? 만약 누군가가 제게 그걸 묻는다면 겉으로는 매일 글을 쓰시라고, 생각에만 머물게 하지 말고 반드시 글을 발행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라고 말할 듯합니다. 그런데 아마도 속으로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걸 알면 지금 이러고 있겠냐'라고 말입니다.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글쓰기를 잘 가르치는 사람은 정작 자기 글을 못 쓸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신의 글을 잘 쓰는 사람은 타인에게 그 방법을 가르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지도 모릅니다.
분명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숙제일 겁니다. 그나마 어렴풋이 글을 잘 쓰는 방법은 세상 그 어디에도 없을 거라는 믿음은 있습니다. 그래도 어딘가에 해답이 있다면 그건 반드시 우리 안에 있을 겁니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 봐도 그건 자명한 일입니다. 글을 쓰는 당사자인 우리에게 그 열쇠가 없다면, 어찌 글도 쓰지 않는 타인에게서 그것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수학 문제 외에는 세상의 그 어떤 일도 정해진 답은 있을 수 없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기 마련이고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게 지극히 당연한 것입니다. 그 말은 곧 저마다 문제에 대한 정답을 지니고 있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우리 속 어딘가에 웅크리고 있을 그 녀석을 잘 찾아보면 될 일입니다.
유명한 글쓰기 강좌나 잘 팔리는 글쓰기 책 따위에 의존할 일은 아닌 것입니다. 아무리 그들의 말이 가려운 속을 긁어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정작 그들이, 제가 쓰는 글의 단 한 줄도 완성시키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쓰는 사람이 저이듯, 글을 어떻게 시작할 건지 혹은 어떻게 끝맺을지는 전적으로 저에게 달린 일입니다.
그래서 전 오늘도 글을 잘 쓰기 위해 저에게 몇 번이나 물어봤습니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냐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