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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Jul 24. 2023

온통 흐린 날

열여덟 번째 글: 배가 강으로 갈까, 산으로 갈까?

사진에서 보다시피 온통 흐린 하늘이다. 아마도 요 며칠 맑은 날을 본 기억은 없는 것 같다. 일단 덜 더워서 좋긴 한데, 너무 흐린 날만 있으면 문제는 사람의 마음까지 가라앉는다는 사실이다.


최근 교육계를 강타하고 있는 사건으로 인해 학교는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곳은 서울, 내가 있는 곳은 경북이니 지리적으로 봐도 사실 그 영향력은 미미할 수 있으나, 내가 알고 있는 선생님의 사모님이 직접 조화를 보낼 정도로 이 먼 곳에서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문득 사진을 들여다보게 된다. 자세히 보면 오른쪽 하단에 맑은 하늘이 얼핏 비친다. 흐린 날이 있으면 맑은 날이 있기 마련이고, 맑은 날은 또 다른 흐린 날을 대비하기도 할 테다. 지금은 분명 흐린 날이다. 하늘도 흐리고 지금의 우리 마음도 결코 맑다 할 순 없으리라.

비단 꽃다운 나이에 이 세상을 떠나갈 수밖에 없었던 그 안타까움이나 절절함만이 문제는 아닐 테다. 결국은 공교육의 붕괴, 교실에서의 지도권 상실 등이 어제오늘의 일도 아닌 데다, 지금에 와 굳이 힘주어 말한다는 것은 늦어도 너무 늦은 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고인을 생각하면 분명히 실례가 되는 표현일 수 있겠지만, 그 어린 선생님의 희생은 어찌할 줄을 몰라 가만히 숨 죽이고 있던 전국의 모든 선생님들의 뇌관을 건드리는 역할을 했다.

이로 인해서 적어도 일선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에게, 피부로 와닿을 만큼 뭔가가 바뀔 수 있다면 참으로 좋겠지만, 과연 그게 그렇게 간단히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신문의 사설을 봤다. 교사를 숨 막히게 하는 학생인권조례를 서둘러 정비하라는 내용이었다. 말로 봤을 때에는 틀린 표현이 하나 없었지만, 이 역시 교육 현장을 모르는 데에서 오는 성급한 판단이 아닌지 모르겠다.

얼마 전 6월 27일에 신설되어 7월부터 시행되었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기억할 것이다. 교사가 정당하게 학생을 지도할 때 아동학대 등의 신고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법이라고 했다. 그 법의 제40조 3항의 학생생활지도 항에, 학교의 장과 교원은 학업 및 진로, 보건 및 안전, 인성 및 대인관계, 그 밖에 학생생활과 관련되는 분야 등과 관련하여 조언, 상담, 주의, 훈계ㆍ훈육 등의 방법으로 학생을 지도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 채 1달이 지나지 않았으니 그 효과는 미미하다고 할 수 있겠으나, 이 시행령이 학교에 전달되는 동안 각종 인권 단체에선 구시대적인 조항을 당장 철폐하라고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


지금, 각종 민원 전담 창구를 만들겠다느니, 학교폭력 전담팀을 만들겠다느니, 하며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다. 왜 지금까지 이런 다양한 생각들이 나오지 않았는지는 차치하더라도, 그것이 장기적인 시각에서 나온 것이든 일회성의 것이든 간에 그 모든 생각들이 인권이라는, 보다 더 자세히 말해서 학생인권이라는 저 높은 벽을 과연 뚫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실상 뚫어내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최소한 교사인권, 혹은 교육인권(참, 말도 정말 잘 만들어낸다)이라는 이름으로 학생인권조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새로운 조치들이 만들어지고 시행될지 귀추가 주목될 뿐이다.


잔뜩 흐린 날이다. 주디가 보살(경상도 지역에서는 입방정을 떠는 사람에게 그런 식으로 나무라곤 한다)이라고 이번 일조차도 확 들끓어 올랐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가라앉는 일이 없기만을 그저 바라고 바랄 뿐이다.

그냥 이것만 생각했으면 좋겠다.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지금의 외침이 교사들 편하자고 하는 아우성으로 분명 들릴 소지도 작지 않지만, 그것이 결국은 수많은, 아니 절대다수의 선량한 아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최선의 교육을 할 수 있게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달라는 외침으로 받아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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