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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Jul 21. 2024

무직 대졸자

삼백 일흔다섯 번째 글: 남의 일이 아닙니다.

우연히 한 기사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일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구직 활동조차도 하지 않는 대졸자가 무려 400만이 넘었다는 기사였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근거한 것이니 낭설은 아니겠습니다만, 전문대를 포함한 대졸 이상 학력자의 비경제활동인구가 405만 8000명이나 된다고 하는군요. 여기에서 말하는 비경제활동인구란, 만 15세 이상이면서 취업자도 아니고 실업자도 아닌 사람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즉 일할 수는 있지만 그럴 생각이 없거나 심신 문제 등으로 능력이 없어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인구를 뜻한다고 합니다.


관련 기삿글에서는 대대적으로 떠들고 있었습니다. 코로나19가 확산해 경제가 잔뜩 위축되었던 팬데믹 시기보다 더 많다느니, 관련 내용을 통계로 집계하기 시작한 1999년 이래 최대치라며 하는군요. 게다가 전체 비경제활동인구는 감소하는 추세인데 대졸자 이상에선 그 추이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서, 결국엔 비경제활동인구의 증가세에 한몫을 보태고 있다는 말까지 빼놓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냥 405만 8000명의 대졸자 비경제활동인구라고만 제시하면 그저 엄청 많구나, 하는 생각 정도만 할 것 같습니다. 만약 이들을 20대로 한정하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면 다음의 수치를 떠올려 보면 그 심각성이 더 피부에 와닿지 않겠나 싶습니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3년 말 기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20대의 인구수는 619만 7천486명이라고 합니다. 단순 계산만 해 봐도 20대의 65.5%에 이르는 사람들이 비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되어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얼마 전엔가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해괴망측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냥 웃고 넘겼지만, 그만큼 우리 주변에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취업 시장도 위축되어 있는 데다, 그래도 명색이 대학 물까지 먹었는데 일이 없다고 해서 아무 일이나 하지 않겠다는 나름의 의지도 포함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사실이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이들을 탓할 수만도 없는 게 현실입니다. 보다 더 좋은 환경의 직업을 구하기 위해 일정 기간 동안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가며 고등교육을 받았다면 그걸 바란다는 게 그다지 잘못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이겠습니다.


오늘 공공도서관에 연체된 책을 반납하기 위해 번화가로 나가 봤습니다. 제가 이용하는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이 대구에서는 가장 번화한 중앙로를 지나야 나오기 때문에 오고 갈 때마다 수백 혹은 수천 명의 청년들을 보곤 합니다. 저 통계치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또 대졸자 비경제활동인구를 20대의 연령층으로 한정하는 게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제가 오늘 본 그 많은 청년들 중 최소한 둘셋 중의 하나는 직업이 없다는 얘기가 됩니다.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과소비를 주도하는 연령층이 바로 20대라는 사실까지 감안한다면 이들 비경제활동인구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부정적일지 예상이 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그저 남의 일이려니 하며 팔짱만 끼고 좌시할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 군대에 있는 아들 녀석도 그렇고 고3이라 한창 공부 중인 딸을 생각하면, 조만간 아이들도 대열에 합류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기 때문입니다.


직업을 구하기 위해 가는 것이 대학은 아니라고는 하지만, 직업 하나 마련하지 못하게 하는 대학 교육이 과연 필요할까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기삿글이었습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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