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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Jul 28. 2024

1회를 완성해야 합니다.

#2.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특히 그중에서도 소설 쓰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소설 쓰기를 가르치는 책들을 찾아보게 됩니다. 아무것도 없이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소설을 쓸 수는 없으니까요. 대개 이런 류의 책들은 '베스트셀러'가 되곤 합니다. 과연 얼마나 팔려야 베스트셀러라고 말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다지 가치가 없거나 유익하지 않은 책도 얼마든지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는 세상이라는 걸 꼭 얘기하고 싶습니다. 즉 '많이 팔린다는 게 곧 좋은 책이다'라는 공식은 반드시 성립하는 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먼저 못 박으려 합니다.


 다만 그건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적어도 소설 쓰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두고두고 회자되는 책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역시 처음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을 때 아마도 이런 책들에 비중을 두고 찾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제가 읽어 본 국내외 저자의 글쓰기 책은 총 200여 권에 달합니다. 페이지 페이지마다 밑줄을 긋고 싶을 정도로 좋았던 책을 만났는가 하면, 해당 책의 저자에게는 미안하지만 정말이지 쓰레기 같은 책까지 다양하게 읽어 봤습니다. 시류와는 관계없이 글쓰기의 고전으로 일컬어지는 책도 읽어 보았고, 별 깊이는 없으면서 트렌드화되고 정형화된 책들도 읽었습니다. 과연 그런 책들이 저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까요?


예를 들어 소설 쓰기에 관심이 있는 누군가가 소설 쓰기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어떤 책을 참고하면서 소설을 쓴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적어도 그는 그 책을 깊이 있게 읽어가며 많은 대목들에서 생각을 해가면서 읽어야 할 것입니다. 그 책 속에서 제시하는 다양한 글쓰기 팁들을 몇 번이고 실전에 적용해 봐야 할 것입니다. 만약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그냥 읽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린 여기에서 중요한 사실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소설 쓰기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유용한 팁들이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그건 사실 우리가 소설을 쓰려고 할 때 참고 서적을 찾는 심리에서 기인하는 착각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에라도 우리가 글을 쓸 때 써먹어 보면 글쓰기 기술이 느는 것 같다는 생각에 빠지게 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자신의 글도 한 차원 업그레이드될 것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그런데 경험해 보신 분들은 아실 것입니다. 그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말입니다.


혹시 글쓰기 관련 책들에 제시되는 글쓰기 팁들이 누구에게 가장 유용한지를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글쓰기에 관심이 있으면서 그 책을 읽는 독자에게 가장 유용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전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습니다. 글쓰기 책 속에 나오는 다양한 글쓰기 팁들은 바로 그 책을 쓴 저자에게만 가장 유용하게 쓰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저 참고만 될 수 있을 뿐이지 무슨 경전이라도 되는 듯 신봉할 만한 그런 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조금 더 심하게 말하자면 글을 잘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는 별 도움도 안 되는 과한 정보가 될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글쓰기 책을 읽고 연구했다고 해서 글쓰기 실력이 향상되었다면 실력 있는 가수의 콘서트장을 쫓아다니며 노래를 듣고 따라 한다면 그도 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논리가 아닐까요?


가령 고급적인 기능이 요구되는 스포츠에 갓 입문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는 이미 마음으로는 숙련자 못지않은 사람입니다. 요즘 같이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그는 어쩌면 유튜브를 통해서 그 종목과 관련한 다양한 동영상을 보면서 이미 많은 것을 섭렵한 상태일 것입니다. 입문자에게는 아직 소용이 없는 온갖 자질구레한 것까지 그는 알고 있습니다. 태권도 품세 태극 1장을 해야 하는 사람이 공중 2회전 뒤돌려차기까지 할 기세입니다. 그는 방금 전에 유튜브에서 어떻게 하면 공중 2회전 뒤돌려차기를 해낼 수 있는지를 눈으로 익힌 상태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해봅니다. 당연히 될 리가 없습니다. 아이가 어른 양복을 입고 제대로 걸으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지요. 물론 이 어림없는 기술도 셀 수 없이 반복하면 익힐 수는 있습니다. 다만 모든 입문자들은 지금 당장 고급 기술 습득이 필요한 게 아니라 기초부터 차곡차곡 쌓아나가야 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입니다.


글쓰기는 아무리 눈으로 익히거나 좋은 내용을 듣고 이해한다고 해서 그것이 우리에게 체득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지극히 명백한 것입니다. 단 한 줄의 글이라도 직접 써봐야 그것이 글쓰기가 되니까 말입니다. 


저는 소설을 쓸 때 소설의 원리나 이론 등을 배우기 위해서 소설 쓰기 관련 책들을 읽지 않습니다. 보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이미 오래전에 적지 않게 읽었기 때문에, 또 그때 그렇게 읽은 것들이 정작 소설 한 편 혹은 한 회를 쓰는 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에 더 이상은 읽지 않습니다.


이제 막 소설 쓰기를 시작하는 사람에게 소설 이론이 얼마나 도움을 주게 될까요? 시점에는 네 가지 종류가 있다는 걸 알았다고 해서 막상 쓰는 글에 어떤 도움이 될까요? 다 필요 없습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직접 써보면 되는 것입니다. 단 한 줄, 단 한 문단, 단 한 페이지라도 직접 써야 합니다.


1회를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제가 소설을 쓸 때의 유일한 지침입니다. 1회만 완성하면 그다음은 어떻게든 써나갈 수 있습니다. 참고로 1회의 분량은 원고지 15장 정도가 가장 무난한 길이가 아니겠나 싶습니다. 원고지 15장 정도면 한글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 구동 시의 초기 설정 상태(글자 크기 10포인트, 줄간격 160%)로 환산하면 대략 A4 1장 1/2 혹은 1장 2/3 정도가 됩니다. 너무 길면 사람들이 읽지 않는 것도 문제겠지만 글이 늘어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만약 소설을 쓰겠다는 생각을 갖고 계신다면 이것저것 다 치우고, 원고지 15장 정도 분량의 1회만 써보십시오. 만약 1회를 쓸 수 있다면 그것이 단편이든 중편이든 장편이든 충분히 한 편의 소설을 쓸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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