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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Jul 30. 2024

버스를 기다리며

2024년 7월 30일 화요일, 35도, 폭염경보 발령, 습식 사우나식 폭염


어제보다 1도가 낮다. 수치상으로는 분명 어제보다 덜 더워야 하는데, 과연 무슨 차이가 있나 싶다. 이미 체감상으로는 40도를 넘어서지 않았을까? 집에 가려고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데 1분 1초가 고역이다. 그나마 오늘은 버스정보시스템 기기가 달린 정류장에 서 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하필이면 먹통이 되어 있다.


어제처럼 하릴없이 언덕 아래만 쳐다보고 있다. 내가 서 있는 곳으로 올라오는 버스는 총 2대, 버스 앞면에 행선지 표시를 확인해야 한다. 뭣도 모르고 '구미역'이라고 적힌 버스를 타면 반대 방향으로 간다. 내가 타야 하는 버스는 '왜관남부'라고 적혀 있다. 잘 봐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탔다가는 여차하면 구미역까지 간다.


원래 이 시간대면 버스가 오고도 남을 시간인데 아직 저 언덕 아래에선 미동도 없다. 왜 이렇게 버스가 안 오지 하며 발을 굴려 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와야 오는 것이다. 막말로 1대를 건너뛰고 그다음 버스가 온다고 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드디어 차가 위에서 돌아 내려오고 있다. 앞면에 글자가 꽉 차면 안도의 한숨을 지어도 되지만, 여백이 조금 보이면 이내 고개는 언덕 아래를 봐야 한다.


헉, 하는 소리가 절로 났다. 여백이 더러 보였다. 네 글자가 아니라 세 글자였다. 다시 언덕 아래를 내려다본다. 여전히 내가 탈 버스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누군가가 그랬다. 기분이 처질 때는 좋은 생각을 하라고 말이다. 이미 꽤 많은 양의 햇빛을 받아 머리카락에서도 열기가 뿜어져 나오기 직전이지만 정작 브레인스토밍이 되진 않는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딱 5년 뒤엔 기온이 얼마나 상승하게 될지 생각해 봤다. 끔찍하다는 말이 딱 들어맞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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