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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Aug 01. 2024

에어컨 없이 살 수 있다면…….

2024년 8월 1일 목요일, 35도, 습식 사우나식 폭염 경보 발령


사람은 간사하다. 아니 나는 간사하다. 불과 1시간 전까지만 해도 대로변을 걷고 있었다. 등에선 몇 번이고 흐른 땀이 말랐다가 다시 젖었고, 그러다가 이내 다시 축축해졌다. 그러다가 찌르는 듯한 통증 같은 게 느껴졌다. 요즘 들어 생각되는 것이지만, 햇빛도 오래 받다 보면 뜨거운 게 아니라 따갑다는 것이겠다. 뭐, 하루이틀 일도 아니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저께 그랬듯 어제도 마찬가지였고, 당연히 오늘도 조금도 다름이 없다.


햇빛이 직접적으로 유리창을 뚫고 들어와도 마치 에어컨 밑에만 있으면 괜찮다고 느껴지는 건 왜일까? 이미 피부가 그 서늘한 바람에 적응이 되었기 때문일까? 글을 쓰려고 들어와 있는 파스쿠찌 매장 내에 떠다니는 서늘한 공기 탓에 체온이 오르락내리락한다. 과연 이것이 건강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을까?


가끔 그런 생각이 들곤 한다. 여름엔 더워야 정상인데, 무리를 해서라도 체온을 떨어뜨리려 하는 게 오히려 건강에는 좋지 않을지도 모르겠다고 말이다. 그래서일까, 이렇게 실내에 있다가 밖으로 나가게 되면 한 5초 정도는 비로소 제대로 된 환경 속에 들어왔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 생각이 오래가지 못한다는 게 탈이라면 탈일 테다.


생각할수록 아닌 것 같다. 유리창 하나를 사이에 둔 두 개의 공간이 이처럼 차이가 난다는 게 말이다. 출입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면 5초 후 견디기 힘든 고통이 기다리고 있다. 다시 문을 열고 들어오면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은 별천지가 펼쳐진다.


이미 간사한 내 신체가 적응해 버려 생각하는 것조차도 불가능하겠지만, 요즘 들어 부쩍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에어컨이 없는 세상에서 살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말이다. 가면 갈수록 이 에어컨 바람이 갑갑하다는 생각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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