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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Aug 24. 2024

빈 집

2024년 8월 24일 토요일, 낮 최고기온 35도, 폭염경보 발령


늦은 시간에 파스쿠찌에 왔다. 글을 쓰기 위해서다. 얼마나 쓰고 갈지는 알 수 없다. 이제야 노트북 덮개를 열었으니 써봐야 안다. 일단은 오늘의 일기부터 시작한다. 일기는 매일 적는 글, 많은 사람들의 말처럼 쓸 게 있어야 쓰지, 하는 게 일기라는 점에서 생각해 본다면, 그러고 보니 오늘 나도 딱히 쓸 거리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려한다. 쓸 거리가 있어야 글을 쓸 수 있다면 과연 지구상에서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아들은 딸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굳이 밖에 나가서 밥을 먹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공부에 지친 동생을 위로하려는 오빠의 기특한 마음과 배려라고 이해하려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조금 쉬고, 그 힘으로 또 공부를 지속할 수 있다면 시쳇말로 가성비가 떨어지는 일은 아닐 테다. 사실 밖에 나가서 돈을 쓰려는 아들과 딸을 탓할 입장도 못 된다. 정작 그렇게 생각하는 아빠라는 나조차도 글 쓴답시고 파스쿠찌에 와서 돈을 쓰고 있지 않은가?


역시 이 시간에 오니 매장 안이 전체적으로 조용한 편이라서 좋다. 손님이 없어서 지겨운 탓인지 프런트에 서 있는 두 명의 매장 점원의 대화 소리가 오히려 크게 들린다. 가장 시끄러운 건 음악 소리다. 한 번씩 저 소리 좀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하지만, 나 한 명 때문에 그걸 요구할 순 없다. 그냥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 따지고 보면 그렇다. 가장 좋은 환경에서 글을 쓸 수 있다면 좋겠지만, 세상의 일이라는 게 그렇게 내가 생각한 대로 흘러갈 리 없다. 조용하면 조용한 대로 글을 쓰면 되고, 주위가 다소 시끄러우면 또 그 나름 적응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집이 텅 비어 있다. 네 명이 바글대던 집이 졸지에 빈 집이 되고 말았다. 일찌감치 아내는 동네의 언니 동생하는 사람들과 모임이 있어서 나갔다. 아들과 딸도 그렇게 나갔고, 나 역시 지금 여기에서 이러고 있다. 한 번씩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휴대폰에 어떤 앱을 설치한다. 그 앱은 지금 집에 가족구성원 중의 몇 명이 혹은 누가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해 준다. 밖에 나와 있는 사람이 보다 편안하게 일을 볼 수 있게 해 줄 테다. 내가 몰라서 그렇지 그런 기능을 갖춘 것이 세상 어딘가에는 있지 않을까?


젠장! 조금 전에 저녁을 먹어서 그런지 또 졸음이 밀려온다. 잠시 바람이나 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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