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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Aug 26. 2024

어떤 인간의 소행일까요?

#21.

아침에 돈을 인출할 일이 있어 ATM기가 있는 365 코너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아침 7시부터 운영이 되는 관계로 지금 이 시각이면 돈을 인출할 수 있으니까요. 왜관역에서 도보로 5분 정도 이동하면 대구은행이 있어서 거기에서 자주 볼 일을 봅니다. 평소처럼 별생각 없이 돈을 인출하고 나오려는데 어쩐 일인지 오른쪽에 있는 뭔가가 자꾸 거슬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고개를 돌려서 쳐다보니 사진 속의 저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안에 든 음료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먹을 때는 언제고 저렇게 버젓이 버려놓고 간 것입니다. 도대체 어떤 인간의 소행일까요? 사람을 지칭할 때 어지간해서는 '인간'이라는 호칭을 쓰지 않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어이구, 인간아!'라고 할 때의 그 멸시하는 듯한 어감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소행을 하는 사람은 '사람'이라고 불러줘선 안 될 것 같습니다. 이런 행동을 한 이는 사람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 누군가가 일부러 버리고 간 것이 아니라 깜빡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겠으나, 왜 그렇게도 도처에서 깜빡한 사람들이 넘쳐나는 걸까요?


문제는 바로 이 테이크아웃 음료가 아니겠나 싶습니다. 테이크아웃은 매장에서 먹는 것이 아니라 편하게 들고 다니면서 언제 어디에서든 먹으라는 의미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런데 양이 많아도 너무 많습니다. 정상적인 식습관이나 위를 가진 사람의 입장에서 봤을 때, 테이크아웃 형태의 음료는 한두 번에 걸쳐 다 마시기가 어려울 정도로 양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벤티' 사이즈는 더 많습니다. 한 번씩 벤티로 주문해 들고 다녀 보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거 뭐, 물로 배를 채우라는 뜻인가, 하고 말입니다.


사실 가격으로 따지면 사이즈별로 가장 가성비가 좋은 건 벤티인지도 모릅니다. 그 말은 각 사이즈별로 가격 차이가 그리 나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이왕 마실 거면 가장 저렴하게(?) 마실 수 있는 벤티 사이즈를 선호하게 된다는 것이겠습니다. 어떤 사이즈의 것을 마시건 간에 그건 개인의 자유입니다. 자기 돈 내고 자기가 마시겠다는 데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다만 마셨으면 인간적인 최소한 도리는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흔히 하는 말로 '처먹는 놈 따로 있고 치우는 놈 따로 있나'라는 상황에 이른다면 그건 누가 봐도 음료를 마신 사람들이 잘못된 것이겠습니다.


옆에 쓰레기통 보이시나요? 이 음료를 마신 누군가가 어쩌면 그 나름 생각해서 저렇게 그냥 위에 놔두고 간 건지도 모릅니다. 음료가 있는 채로 쓰레기통 속에 버리면 날파리만 잔뜩 꼬일 테니까요. 만약 그런 기특한 생각을 했다면 그냥 들고 가서 제대로 분리해서 버렸으면 어땠을까요?


별 것 아닌 것이지만, 아침부터 저 모습을 보고 나서는 몹시 불쾌했습니다. 기본은 지키고 살아가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저 자신에게 한 번 더 힘주어 강조해 본 아침이었습니다.


사진 출처: 글 작성자 본인이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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