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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Aug 28. 2024

시간의 속도

사백 한 번째 글: 얼마나 빠른지요.

두말할 필요가 없는 일입니다. 시간의 속도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게 말입니다. 어찌 보면 하루하루는 더디게 가는 것 같은데, 그 하루들이 모인 한 주는 쏜살같이 지나갑니다. 또 한 주는 다소 느린 것 같아도 한 달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맙니다. 마찬가지로 한 달은 까마득해도 그것들이 모인 한 해는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갑니다.


멀리 볼 것도 없습니다. 두 아이를 키우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아이는 군에 가 있고 다른 하나는 고등학교 3학년입니다. 가끔 성큼성큼 걸어 거실을 가로지르는 모습을 보면 저조차도 화들짝 놀라곤 합니다. 여태껏 성장해 온 걸 봤으면서도 언제 저만큼 컸지,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또 지금 제가 있는 학교로 근무지를 옮긴 지 벌써 2년 하고도 6개월이나 지났습니다. 하나 마나 한 얘기겠으나, 처음 이곳에 와 어리둥절하던 게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작년 11월 27일에 군 입대한 아들은 더합니다. 눈물로 보내고, 5주 반 뒤에 논산 연무대까지 가서 퇴소식을 한 기억이 생생한데, 벌써 전체 군 생활의 절반을 넘겼습니다. 계급도 벌써 상병이고요. 본인은 섭섭해합니다만,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른다는 말을 심심찮게 주고받습니다. 느낌 같아선 이러다 며칠 안 있어 제대했다는 소리가 들려올 것 같은 기분입니다.


이십 대 때 저보다 연배가 있는 분들이 그런 말을 했습니다. 이십 대보다 삼심 대의 시간이 더 빨리 가고, 삼심 대 때보다는 사십 대 때가 더 하다고 했습니다. 물론 나이가 많아질수록 시간의 흐름 혹은 속도에 대한 느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빠르다고 했습니다.


옛말 하나 틀린 게 없듯 제가 겪고 있는 지금 이 나이대를 먼저 산 사람들의 말도 어긋날 리가 없습니다. 그들은 틈만 나면 말하곤 했습니다. 언제든 어느 때든 제가 살고 있는 그때가 가장 좋을 때라는 걸 말입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들이 옳았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왜 이때를 두고 좋을 때라고 하나 같이 얘기하는지, 지나간 시간은 절대 돌아오지 않으니 즐기며 살라고 하는지 그 이유도 이젠 이해가 갑니다. 그래서일까요, 저 역시 저보다 연배가 어린 사람들에게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보면 우리도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


얼마 전엔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에 아내가 한 말입니다. 막상 그때는 무슨 말도 안 되는 그런 소리를 하냐고, 오십 줄에 들어선 지 고작 삼 년인데 아직 멀었다고 얘기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어쩌면 아내의 말처럼 그 순간도 그다지 멀리 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왜 이렇게 시간은 빠르게만 갈까요? 아니면 우리가 느린 걸까요?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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