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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Sep 03. 2024

막바지 폭염이 아직 한 달 남았다고 하는데…….

2024년 9월 3일 화요일, 낮 최고기온 29도, 맑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기억은 확실하지 않으나 얼추 두 달은 된 것 같았다. 처음이었다. 한낮의 온도가 30도 아래로 내려간 게 말이다. 당연히 삼일 전까지만 해도 하루도 빠짐없이 발령되었던 폭염경보도, 어제와 아레 발령되었던 폭염주의보도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러고 나니 우선 이제야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며칠 지속이 되지 않는 한이 있다고 해도 이런 날을 얼마나 기다려 왔었던가?


요즘 들어 사람들이 부쩍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며 유난을 떠는 게 이해가 될 정도다. 낮 동안 태양은 여전히 내리쬐었다. 그런데 마치 거짓말처럼 더는 뜨겁지도, 또 따갑지도 않았다.

"이제 진짜 가을이 온 것 같지 않나요?"

누군가가 그런 말을 했다. 그게 말이 되건 안 되건 간에 이 정도의 날씨라면 햇볕 아래 하루 종일 서 있으라고 해도 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흔히 사람들은 술을 마실 때 건배를 하면서 '먹고 죽자'는 말을 하곤 한다. 취할 때 취하더라도 일단은 마셔보자는 것이다. 오늘은 사실 꼭 그런 기분이었다. 기상 예보에서는 아직 막바지 폭염이 한 달이나 남았다고 하지만, 당장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니 살 만하다 싶은 생각만 든다. 당장 내일부터 다시 폭염이 찾아오는 한이 있더라도 우선 지금은 좋다는 뜻이다. 일단은 선선한 날씨 속에 몸을 담그고 그 덕분에 하루를 꽤 쾌적하게 보냈다. 문득 오늘 오후엔가 그런 생각을 했다. 에어컨 바람이 차다고 말이다.


사람의 생각이 아무리 깊고 지혜롭다 한들 자연의 이치에 다다를 수 있을까? 이 작은 몸 하나를 지탱하기 위해서 발버둥 치게 된다. 시원할 때에는 시원하다며 좋다 하고, 더울 때에는 또 그 나름으로 죽겠다 한다.


그냥 지금으로선 더 바랄 게 없다. 이 시원한 느낌이 딱 하루라도 더 이어졌으면 할 뿐이다. 아니 하루도 필요 없다. 딱 한 나절만이라도 지속된다면 좋겠다. 오랜만에 숨통이 트이니 마음도 가볍고 발걸음 또한 날아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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