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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Sep 11. 2024

글 천칠백 편

사백 열두 번째 글: 제 어깨를 한 번 토닥이고 지나가려고요.

이 글이 제가 브런치스토리에 오고 나서 발행한 1700번째의 글입니다. 사실 저도 놀랍니다. 첫 글을 쓸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700번째 글이라니, 하며 스스로도 대견하고 기특하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1년 3개월 전 여기 와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누가 뭐라고 하건 말건 간에 입 꾹 닫고 글을 썼습니다. 그게 가능했던 건 제 나름의 글쓰기 철학이 늘 마음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저것 생각할 시간 있으면, 그 시간에 입 닥치고 글이나 써라!


그래서 전 옆도 뒤도 보지 않았습니다. 저 앞에 보이는 저게 길이겠거니,하고 앞만 보며 달려왔습니다. 그 결과가 바로 460여 일에 글 1700편을 썼다는 것입니다.


사실 그걸 글이라고 썼느냐는 말도 들어 봤고, 네가 쓴 걸 글이라고 할 수 있다면 그런 글 나도 쓰겠다, 라는 말도 적지 않게 들었습니다. 어찌 보면 상당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전 신경 쓰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말하는 누군가는 글을 못 썼고, 전 썼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좋은 글감을 갖고 있어도 마음속에 혹은 머리속에만 담아 두면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요.


한 번 쓰기 시작한 글은 어떻게든 끝을 맺고 반드시 발행한다.


일전에도 얘기했듯, 저의 '작가의 서랍' 속엔  한 편의 글도 저장되어 있지 않습니다. 한 번 쓰기 시작한 글은 죽이 되건 밥이 되건 간에 마무리를 짓습니다. 그러고는 두 번 망설이지 않고 바로 발행 버튼을 누릅니다. 따지고 보면 글 쓰레기 남발입니다. 비록 사실이 그렇다고 해도 제 지론은 늘 같습니다. 쓰레기 같은 글이라도 안 쓰는 것보다는 쓰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글을 써서 발행할 게 아니라면, 기껏 써서 작가의 서랍 속에 고이 모셔만 둔다면, 굳이 이런 플랫폼에 와서 기웃거릴 이유는 없는 것입니다.


작품성 같은 것도 글을 쓰는 동안에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거기에 매몰되어 있으면 단 한 편의 글도 쓰지 못할 테니까요. 특별히 눈에 거슬리는 표현이나 비문만 없다면, 읽는 데 큰 무리없이 읽힌다면 저는 무조건 발행합니다. 사실 어찌 보면 작품성이라는 것도 글을 쓴 제가 판단하는 게 아니라, 제 글을 읽은 누군가가 할 일이니까요. 게다가 제 자신과 약속한 것도 있습니다. 1만 편의 글을 쓰기 전까지는 작품성은 생각하지 않겠다고 말입니다.


겨울이 오기 전에 2000번째 글을 발행하는 것이 제 작은 목표입니다. 조금만 더 신경 쓴다면 무난하게 달성할 것 같습니다. 지금 출근 중이라 술은 마실 수 없지만, 오늘 저녁엔 가볍게 맥주 한 캔이라도 마시며 자축의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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