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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Sep 11. 2024

삐~이~쉬~뚜~우

뇌명 腦鳴

소리가 퍼질 때마다 외계의 신호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귀울림은 아니다. 저 머릿속 깊은 곳에서 소리가 난다.


삐~이~쉬~뚜~우


내 안의 소리에 귀 기울이라는 말은 뇌 안의 소리까지도 포함되는 건지도 모른다. 내 안의 소리는 가슴이나 마음과 연결되는 감성이라면 뇌 안의 소리는 이성의 소리일 거라 추측해 본다.


외계인이 있다면 감성을 마비시킬까 이성을 교란시킬까.


나의 소리는 뇌 안을 뭔가가 지나가는 '삐~'와 내 머릿속 회백질에 촘촘히 붙어 문지르며 휘도는 것 같은 '쉬~이~뚜~우'하는 소리다.


삐는 왔다는 신호, 쉬이뚜우는 말을 건네는 거라 생각하지만 도통 알아들을 수는 없다. 그래서 하늘을 자꾸 보게 된다. 저 하늘 어느 구석에서 찰나의 날카로운 섬광이라도 내게 꽂히면 그걸 따라갈거다.


위로받고 싶을 때는 내 안의 소리와 뇌 안의 신호 사이에 '네 안의 소리'가 들린다. 네 안의 소리와 상의하려 두드린 문이 다른 신호에 벌컥 닫혔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천둥소리를 내며 그 짧은 시간에 내던지고 간 한 마디만 가슴에 아프게 고였다.


'큰 실수 했군요.'


나도 안다. 실수했다. 하지만 그걸 재확인하려고 마주한 게 아니라 실수의 배경이 너무 안타깝고 슬퍼서 내가 한 결정이 현명한지 상의하고 싶었다.


마음에 어떻게든 안정을 주고 싶어서 타인의 시간에 부비려고 한 부끄러움이 길게 나를 잡는다.


커다란 막막함이 오면 머릿속의 소리도 같이 운다.


삐~이~쉬~뚜~우


이 말을 알아듣고 싶다. 그러면 오늘 채 못한 이야기를 들려줄 텐데.


뱅글뱅글 달팽이관이 헐어버렸거나 소리를 듣는 신경이 뒤집어졌대도 그러느니 할 거다. 스트레스라고? 피가 잘 돌지 않아서 그렇다고? 이만큼 듣고 살았으면 이제는 사람 소리가 아니라도 괜찮다.


공상 과학 영화를 많이 봐서 그런지 삐~ 소리가 시작되면 자꾸 하늘을 본다.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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