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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Sep 10. 2024

군자역에서

0821

늘 사는 일은 기대를 뛰어넘으며 실망에 못 미친다.


삶이 아이러니인 것은 항상 이를 반대로 인지한다는 점에 있다.


있는 그대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면 시선이 유동적이라는 확신은 필요 없었을 것이다.


망막에 맺히는 상이 본디 방향과 일치하지 않기에 수시로 뒤집지 않으면 평생 허상을 믿게 되듯이.


부정적으로 다가오는 것들의 진짜 상을 유심히 돌려 바라볼 필요가 있다.


당연해 보이는 것들의 당연하지 않음이 그러하고

쓸쓸해 보이는 것들의 독특한 명랑함이 그러하고


길을 가다가 익숙한 발걸음을 내려다보다가 스텝이 엉켜 뒤뚱거리다 휘청거린다.


가만히 두면 나아갈 것을 의식하자마자 낯설어진다.


어쩌면 순탄한 상태는 정상이 아닐지도 모른다.



소재가 신선해도 연기가 진부하면 관객은 부끄럽기 그지없다.


그 민망한 마음을 씻어내려고 수시로 극장 밖으로 나왔다가 들어간다.


간혹 동료들도 못 듣는 52 헤르츠로 울어대는 고래울음 같은 영화는 내가 도와줄 방법이 궁하다.


9월의 태양이 너무 강렬해서 가을이 무색하다.


마디를 잃어버린 계절은 하나의 멜로디에 집중하고 있다.


어제 잡아둔 바람은 사흘 째 길을 헤매다 닷새 전에 돌아오기로 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야기는
나만 모르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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