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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Sep 09. 2024

가능은 저주

0820

일상이 글쓰기를 밀쳐버릴 때가 있다.


이러다가 글쓰기가 없는 하루가 될 지경이다.


일정을 멈추고 글쓰기로 돌아간다.


아무도 강제하지 않기에 나의 결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깟 것이 밥을 먹여주지 않기에 더 시급하다.


달리기를 하려면 숨쉬기가 가능해야 하듯이 글쓰기는 삶의 모든 달리기를 하기 위한 전제다.


기본은 이토록 하찮은 꼴을 하고 있어서 놓치기 쉽다. 그래서 고맙다.


기본이 거창한 모양새였다면 얼마나 엉뚱한 세상이 되었을까.



글쓰기가 가능한 여섯 번째 손가락을 지닌 자가 세상에 한정적이었다면 이 또한 얼마나 우스웠을까.


기본이 전부이기에 세상 모든 이들에게 주어졌다.


모두가 가능하다는 것은
축복 같지만 저주에 가깝다


오늘 가능한 것은 오늘 해야 가능한 상태가 유효하게 지속되지만 내일도 가능할 것이라는 착각으로 미루는 순간 불가능한 상태로 전환된다.


저주의 원리는 이처럼 단순하다.


내가 오늘 못하는 것이 있다면 어제의 가능성을 스스로 외면하고 배신한 나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


적어도 내일의 나를 구출하기 위해서 오늘의 가능한 것들의 지속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그러므로 글쓰기는 숨을 쉬는 것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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