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작이 Sep 11. 2024

큰 고비를 넘다.

2024년 9월 11일 수요일, 낮 최고기온 32도, 폭염주의보 발령, 비 오다 말다 하는 와중에 습도는 상당히 높았음.


공식적인 학부모 초청 행사는 이번 공개 수업이 처음이자 올해의 마지막이었다. 마침 얼마 전에 교직원 협의회에서 학예회 때 학부모를 초청하지 않기로 결정이 났기에, 이번에 더 많이 온 것 같았다.


좁은 교실 안에 아이들, 나, 그리고 학부모까지 총 오십여 명에 이르는 인원이 밀집해 있어서 그런지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고맙게도 오늘은 행정실에서 에어컨 가동 제한 설정을 풀었는데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게다가 하필이면 수업 시작 전에 잠깐 비가 내리나 싶더니, 그 길로 멈추는 바람에 주변은 온통 고온다습한 수증기로 가득 찼다.


뒤에 학부모들이 있으니 더워도 더운 티를 낼 수가 없다. 학부모들은 더워서 연신 부채질인데 나는 그럴 수도 없었다. 머릿속은 온통 씻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공개수업이 끝나고 잠시 인사를 나눈 뒤에 아이들은 밥 먹으러 먼저 내려가고, 학부모들은 교실을 떠났다. 그제야 윙, 하고 돌아가는 에어컨 소리도 들렸고, 교실 안이 꽤 시원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지만, 모든 여건이 안 좋았다. 쪄 죽겠다는 말이 저절로 나올 만했다. 일단 무탈하게 행사를 마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수확이 있는 하루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하루가 더디게 가는 효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