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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Sep 12. 2024

지긋지긋한 임플란트

2024년 9월 12일 목요일, 낮 최고기온 33도, 폭염주의보 발령


"새끼, 다 됐네."

31년 지기가 내게 한 말이다. 속으로 생각했다. 새끼, 지는 임플란트 안 할 줄 아나.


참 지긋지긋한 역사였다. 2년 전엔가 윗니를 시술한 후 다시 이번엔 아랫니까지 하게 되었다. 그리 보면 녀석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닌 셈이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자연 치아가 더 많지만, 이 추세라면 언제 전세가 역전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번이 내 인생의 마지막 임플란트가 될 거라며 또 한 번 부질없는 다짐을 해본다. 지난번이나 이번은 정면에서 보이는 치아인 관계로 어쩔 수 없이 시술했다. 정면으로 보이는 시원찮은 치아들을 죄다 시술했으니 이제 남은 건 측면의 것들 뿐이다. 지금 마음 같아선 측면의 이가 흔들리면 그냥 발치하고 지내겠다 싶어도 사람의 마음은 또 모를 일이다. 사람이 영구 같이 보여서야 되겠는가?


잠시 후 치과에 가야 한다. 아무리 덩치가 큰 사람도 치과에 가면 주눅이 든다고 했다. 그래서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너, 떨고 있냐?"


부디 마지막 방문이길 빌고 또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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