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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Sep 19. 2024

연휴의 여파

사백 열여섯 번째 글:길다고 좋은 건 아닙니다.

참 어중간하게 달랑 이틀이 남아 있습니다. 오늘과 내일만 출근하면 다시 주말을 맞이하니까요. 그래서겠지요, 연차를 잘만 사용하면 총 9일간을 쉴 수 있다고 호들갑을 떤 게 말입니다. 정말 휴식이 필요하거나 어디 먼 곳에라도 여행 계획이 있다면 모를까, 닷새도 차고 흘러넘치는데  9일을 쉰다고 생각하니 까마득할 뿐입니다.


믿든 안 믿든 제가 제일 싫어하는 기간이 바로 방학 때입니다. 남들은 방학하면 꽤 길게 놀 수 있어서 좋겠다고, 일 안 하고 월급 받아서 좋겠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아, 말이 난 김에 이 오해 하나는 풀고 넘어가야겠습니다.

"새끼, 니는 방학 때 놀아도 월급 나오고 좋겠다." 아직도 교사가 아닌 일반인 친구들이 툭하면 내뱉는 소리입니다. 이젠 뭐 그러려니 합니다만 대충 설명을 하면 이렇습니다.


가령 제 연봉을 계산하기 좋게 6천만 원으로 잡아 보겠습니다. 그걸 12개월로 나눠 매월 5백만 원을 받는다는 식입니다. 그래서 만약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을 따라 방학 때 월급을 지급하지 않으면, 방학 두 달을 제외한 나머지인 10개월로 나눠 매월 6백만 원을 받게 되는 셈입니다. 여전히 이십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아내의 친구들은 제게, 놀면서 돈 받는다며 부러워하곤 합니다.


아무튼 저는 방학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쉬는 걸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만, 그것도 하루이틀이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상 그렇습니다. 말이 좋아 휴식이지 그것도 한 1주일 정도를 넘기니 쉬는 게 아니라 빈둥거리게 되더라는 겁니다. 누구보다도 천성이 게으른 저는 평소에 생활할 때 일부러 저를 다그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게라도 안 하면 늘어지기 쉬우니까 말입니다. 저희 집에 소파가 없었으니 망정이지 만약 있었다면 가장 먼저 소파와 한 몸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 바로 저입니다. 사람이란 서 있으면 다리가 아파 앉고 싶고, 앉으면 허리가 아파 눕고 싶어지기 마련이니까요.


저는 그래서 방학 때면 최소한 1주일에 한 번씩은 출근합니다. 안 그래도 나태한 제가 그나마 덜 게을러지려는 일종의 몸부림입니다. 이번 연휴에도 출근하고 싶은 걸 가까스로 참았으니까요.


확인은 안 해봤는데, 내년인가 내후년인가 또 한 번 꽤 긴 연휴가 있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그 소식을 들으니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려 오더군요.


길다고 해서 마냥 좋은 건 아닙니다. 한 사흘 정도면 모를까, 그 이상 긴 연휴는 제게 '쉼'이 아니라 일종의 스트레스로 다가옵니다.


긴 연휴를 드디어 마치고 출근하는 아침입니다. 버스정류장에서 학교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역시 사람은 움직여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일을 해야 합니다. 문득 그런 생각도 듭니다. 일은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대략 11년 정도 남은 것 같습니다. 그때가 되면 일을 하고 싶어도 직장에 나갈 수 없습니다. 두 다리로 멀쩡히 운신할 수 있을 때, 그나마 직장에서 오라고 부를 때 열심히 움직여야겠습니다.


오늘도 희망찬 하루를 그려봅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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