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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Sep 20. 2024

그때 그 시절

사백 열일곱 번째 글: 돌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오늘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하루 종일 이 노래가 생각났습니다. 발매일을 보니 1985년 10월 28일, 무려 39년 전의 노래입니다.


노래를 부른 가수는 노르웨이의 3인조 남성 그룹 A-HA입니다. 그냥 그때의 기억에만 의존하자면 그들의 이름은 모튼 하켓, 폴 워크타, 그리고 마그네입니다. 혜성처럼 등장한 그들은 이 노래 한 곡으로, 전 세계를 아니 최소한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습니다. 노래를 들어본 사람들은 아마 모두가 놀랐을 겁니다.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던 사운드에 단번에 매료되고 말았으니까요. 전자 기타와 드럼으로 경쾌하게 포문을 열고 있는 데다 키보드인지 아니면 신시사이저인지 세 악기가 연주하는 멜로디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이 곡은 가히 우리를 신세계로 이끌 만했습니다. 그룹의 리더인 모튼 하켓은 25년 뒤인 2010년 'Can't take my eyes off you.'를 불러서 또 한 번 히트시켰습니다.


'Take on me.'가 나왔던 당시는 아마도 중학교 1학년 중간고사가 끝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노래가 나오자마자 이 노래는 친구들의 입에서 친구들의 입으로 전해졌습니다. 급기야 영어도 아닌 우리말로 가사를 적은 찌라시(?)가 돌아다녔습니다. 그 종이를 손에 넣으면 연습장에 베껴 쓰며 외우곤 했습니다.


We're talking away I don't know what I'm to say I'll say it anyway.


원 가사는 이렇게 시작하지만, 우린 이렇게 적었던 기억이 납니다.


토키너웨이 아돈노우 왓 아임투 쎄이알 쎄이 이레니웨이.


그때는 영어를 중1 때 처음 배우기 시작했으니 우리에겐 영어 가사 자체가 불가해독인 문자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니 우리말로 소리 나는 대로 가사를 써서 외울 수박에 없었습니다.


당장 카세트 공테이프를 사서 이 노래 한 곡만 녹음했습니다. 1시간짜리 테이프에 15번 정도가 들어갔던 것 같습니다. 얼마나 들었던지 테이프 줄이 늘어나 나중에는 변조된 음성으로 노래를 들어야 할 정도였습니다. 이젠 가사의 뜻도 다 알고 비교적 정확한 발음으로 노래를 따라 부를 수도 있지만, 그땐 정말이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불렀던 기억이 납니다.


갑자기 왜 이 노래가 오늘 불현듯 제게 찾아왔는지 그 이유는 저도 모릅니다. 다만 노래를 들을 때마다 마치 주인공이 만화 속을 찢고 들어가는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처럼 자꾸만 과거 속으로 제가 빨려 들어가는 듯한 착각이 듭니다.


맞습니다. 고작 열네 살이던 그때 뭘 알았을까요? 지금은 아이들이 조숙해 저 나이면 알 것과 모를 것을 다 알 때지만, 아마도 그때의 열네 살은 거의 지금의 열 살이나 열한 살 정도의 순수함을 가졌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런 순수함으로 무장되어 있던 그때가 그리웠다고 하는 게 옳을 듯합니다.


세상의 그 어떤 마법도 시계를 거꾸로 돌릴 수는 없는 법입니다. 다만 존재하지도 않을 그 어떤 마법의 힘을 빌려서라도 그때의 그 시절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때 묻지 않았던 1985년 그때로 말입니다.


영상 출처: 유튜브, A-HA 'Take on me'(https://youtu.be/djV11Xbc914?si=8kOQ_u7xf6Ve2og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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