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덟 번째 글: 짧게! 명료하게! 그림 같이!
네이버 블로그에서 알게 된 한 이웃님이 있다. 자주 소통하는 분 중의 한 분이신데, 그분은 필사를 자주 하시곤 한다. 지금은 한창 『법구경』을 필사하는 중인데, 며칠 전에 이 글의 바탕화면 사진이 올려져 있었다. 내용도 너무 좋고 해서 그분께 양해를 구하고, 다운로드했다. 사진 속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무엇을 쓰든 짧게 써라.
그러면 읽힐 것이다.
명료하게 써라.
그러면 이해될 것이다.
그림 같이 써라.
그러면 기억 속에 머물 것이다.
- 조지프 퓰리처
해당 글을 쓴 사람은 이름만 대면 누구나가 다 아는 그 사람, 맞다. 조지프 퓰리처였다. 조지프 퓰리처는, 현대신문의 정형을 확립하는 데 공헌했다고 평가받는 언론인이다. 그는 후일에 유언장을 통해 컬럼비아대학교에 재산을 기부했고, 퓰리처상을 제정해 1917년 이래 매년 언론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자들에게 상을 수여하게 했다.
퓰리처가 제시한 글쓰기의 원칙은 단 세 가지였다. 짧게 쓰기, 명료하게 쓰기, 그리고 그림 같이 쓰기였다.
첫째로, 그는 무엇을 쓰든지 짧게 쓰라고 했다. 예전에도 어쩌면 그랬겠지만, 요즘과 같이 바쁜 현대인들은 절대 길고 장황한 글을 읽지 않는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길고 장황한 글을 읽어야 할 인내심도 없다. 뿐만 아니라 그 없는 인내심을 갖추라고 요구할 수도 없는 시대이다. 짤막하게 쓴 글이 환영을 받는 세상이 된 것이다. 어떤 글쓰기 책을 펼치든 수많은 저자들이 손에 꼽는 글쓰기 원칙 중 이 '짧게 쓰기'는 빠지는 법이 없을 정도이다.
둘째, 명료하게 쓰라고 했다. 즉 쉽게 말해서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게 쓰라는 얘기겠다. 이 '명료하게 쓰기'에는 하나의 미덕이 포함되어 있다. 쉬운 글은 그 어느 누구라도 쉽게 쓸 수 있지만, 정작 어려운 글은 어렵게 쓸 줄만 알지, 어려운 글을 쉽게 쓰는 사람은 지극히 드물다. 어려운 글을 쉽게 풀어서 쓸 수 있는 사람, 그가 진정으로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셋째, 그림 같이 쓰라고 했다. 대화를 나누는 상항이라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가 마치 자신이 그 대화 상황에 참여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해야 할 테다. 또 주변이나 배경을 묘사할 때에는 마치 우리가 그걸 직접 눈으로 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써야 한다는 얘기일 것이다. 사실상 우리가 그림을 감상할 때에는 설명이라는 게 굳이 필요하지 않다. 보고 그냥 느끼면 되는 것이다. 별다른 설명이 없어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어쩌면 그림 같이 쓴다는 것일 테다.
막상 적어놓고 보니 퓰리처가 강조한 글쓰기의 원칙은 지나칠 정도로 단순한 것들밖에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단순하다거나 쉽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강조하고 싶은 것은 어쩌면 뭔가 대단한 원칙이나 비결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무엇이든 가장 어려운 것은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다. 기본이라는 것은 결코 복잡한 것을 두고 이르는 말이 아니다.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실천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것이 바로 기본이고, 그 기본을 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말이 된다.
짧게, 명료하게, 그리고 그림 같이 쓸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