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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Oct 11. 2024

주말이 되었습니다.

259일 차.

두 차례 긴 연휴를 지났습니다. 주중엔 한글날도 있었고요. 그러더니 또 어느새 주말이 되었습니다. 무서울 정도로 시간이 가고 있다는 걸 새삼 또 그렇게 느껴 봅니다. 흔히 세월이 참 야속하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는 건 서러우나 이와는 상관없이 시간은 흘러가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미처 준비도 안 되었는데, 마냥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이 못내 아쉬운 모양입니다. 하긴 세월이 흐르는 걸 어떻게 준비할 수 있겠습니까? 세상에 나이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곧 죽음이 가까워 오고 있다는 걸 뜻하니까요.


죽음이라는 것이 과연 얼마나 무섭고 두려운 일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미 세상을 떠난 그 어느 누구에게도 물어본 적이 없는 데다 이제 막 죽음을 앞둔 누군가에게 죽는다는 기분이 어떤 건지에 대해서도 듣지 못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경험도 없습니다. 사실 언젠가 죽어보지 않는 이상 그건 영원히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낮이 지나면 밤이 오고 그 밤이 흘러가면 다시 아침이 오듯, 죽음이라는 것도 결국은 그렇게 제게 다가오게 될 겁니다. 그때가 되면 저도 그러겠지요. 아직 아무런 준비도 안 되었다고 말입니다. 이 좋은 시절에 조금 더 살고 싶은데 왜 벌써 가야 하냐며 몸부림을 치겠지요.


이제 3주 정도만 지나면 귀에 익숙한 한 곡의 노래가 흘러나올 것입니다. 가수 이용 씨의 '잊혀진 계절'입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 밤을'이라는 노랫말 때문에 별 이유도 없이 10월 31일만 되면 이 노래가 흘러나오곤 했습니다. 한때는 그 노래를 듣지 않고 10월을 보낸 적이 없었는데, 어쩐 일인지 요즘은 뜸하더군요.


사실 특별히 이 노래가 인기를 얻을 만한 이유는 없습니다. 단지 정말 그 대목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노래를 따라 부른 건가 싶긴 합니다. 아마도 이 노래를 들으며 가는 시간이 무심함을 느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인생이라는 게 참 덧없다고 생각해서인지도 모릅니다.


아직 10월 31일이 되려면 3주가량 남았지만, 늘 그랬듯 생각지도 못하고 있을 때 불쑥 그날은 오고 말 겁니다. 그날이 오면 11월이 되었다는 뜻일 테고 그건 곧 다시 우리에게 겨울이 닥쳤음을 알리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어느새 1년이 다 갔구나 하며 또 그렇게 지나가는 시간을 안타까워하고 있을 테지요.


주말을 맞이하는 마음이 어쩐 일인지 오늘따라 가볍지 않습니다. 하루하루의 무게감도 다르게 느껴지고요. 늘 세월을 따라가기에 급급했습니다. 언제쯤이면 이 흘러가는 시간에 관대해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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