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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Oct 18. 2024

출근길

266일 차.

지하철을 타고 대구역으로 가고 있는 중입니다. 7시 14분에 출발하는 왜관으로 가는 기차를 타야 합니다. 11개의 정차역을 지나 대구역에 내렸습니다. 이제 20분만 기다리면 기차가 들어올 겁니다. 늘 그랬듯 대합실에 내걸린 전광판을 확인합니다. 7분 연착한다는 안내 메시지가 떠 있습니다.


사실 아침 출근 시간에 기차가 7분이나 늦게 들어온다는 건 그만큼 바빠진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별 영향은 없습니다. 정시에 기차가 들어온다고 해도 어차피 학교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선 30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이 정도의 연착은 더 반가운 일인지도 모릅니다.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오늘처럼 이렇게 기차가 지연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기껏 해야 한 달에 두세 번 있을까 말까 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기차의 지연 소식을 듣고도 마음이 천하태평일 수밖에 없습니다. 왜관역에 도착한 뒤에 20분만 있으면 버스가 들어오게 되어 있습니다.


기차가 늦어지면 으레 대합실은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들로 붐비기 마련입니다. 오늘처럼 제가 타는 기차의 승객과 다음 기차의 승객들이 한꺼번에 몰리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오늘은 금요일입니다. 주중에 가장 혼잡한 날이 바로 오늘입니다.


그래도 요즘은 형편이 많이 나아졌습니다. 그때는 왜 그랬는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한 3년 전만 해도 금요일의 기차 안은 사람들로 미어터질 지경이었으니까요. 특히 퇴근 때는 거의 지옥철을 방불케 할 정도였습니다. 아무 데나 서서 책 한 권을 펼쳐 들고 읽을 만한 공간이 없었습니다. 12년째 대중교통으로 통근하면서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지만, 금요일 때마다 운전을 할까 하고 생각하기도 했으니까요.


오늘은 일단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10분 가까이 줄어서 다행입니다. 언제나처럼 이렇게 휴대폰으로 글을 쓰고 있다 보면 버스가 오는 것도 모를 정도인데, 오늘은 그마저도 더 짧아져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제 3분만 있으면 버스가 들어올 겁니다. 매일 아침마다 보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함께 서 있습니다. 그들이나 저나 주말을 기다리며 오늘을 보내는 건 똑같을 겁니다. 그래서인지 평소보다 훨씬 밝은 얼굴을 한 채 서서, 버스가 들어오는 저 먼 모퉁이만 보고 있습니다.


저는 늘 서 있는 그 자리에서 글을 쓰며 버스를 기다립니다. 생각해 보면 이 시간이 제겐 가장 소중한 시간인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해서 어김없이 하루는 시작될 테고요.


과연 오늘 하루는 어떤 일이 준비되어 있을까요? 설레는 주말을 앞두고 있어서 더욱 기대되는 하루입니다. 이번 주 주말은 또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지 작은 계획이라도 세워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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