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타고 대구역으로 가고 있는 중입니다. 7시 14분에 출발하는 왜관으로 가는 기차를 타야 합니다. 11개의 정차역을 지나 대구역에 내렸습니다. 이제 20분만 기다리면 기차가 들어올 겁니다. 늘 그랬듯 대합실에 내걸린 전광판을 확인합니다. 7분 연착한다는 안내 메시지가 떠 있습니다.
사실 아침 출근 시간에 기차가 7분이나 늦게 들어온다는 건 그만큼 바빠진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별 영향은 없습니다. 정시에 기차가 들어온다고 해도 어차피 학교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선 30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이 정도의 연착은 더 반가운 일인지도 모릅니다.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오늘처럼 이렇게 기차가 지연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기껏 해야 한 달에 두세 번 있을까 말까 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기차의 지연 소식을 듣고도 마음이 천하태평일 수밖에 없습니다. 왜관역에 도착한 뒤에 20분만 있으면 버스가 들어오게 되어 있습니다.
기차가 늦어지면 으레 대합실은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들로 붐비기 마련입니다. 오늘처럼 제가 타는 기차의 승객과 다음 기차의 승객들이 한꺼번에 몰리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오늘은 금요일입니다. 주중에 가장 혼잡한 날이 바로 오늘입니다.
그래도 요즘은 형편이 많이 나아졌습니다. 그때는 왜 그랬는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한 3년 전만 해도 금요일의 기차 안은 사람들로 미어터질 지경이었으니까요. 특히 퇴근 때는 거의 지옥철을 방불케 할 정도였습니다. 아무 데나 서서 책 한 권을 펼쳐 들고 읽을 만한 공간이 없었습니다. 12년째 대중교통으로 통근하면서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지만, 금요일 때마다 운전을 할까 하고 생각하기도 했으니까요.
오늘은 일단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10분 가까이 줄어서 다행입니다. 언제나처럼 이렇게 휴대폰으로 글을 쓰고 있다 보면 버스가 오는 것도 모를 정도인데, 오늘은 그마저도 더 짧아져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제 3분만 있으면 버스가 들어올 겁니다. 매일 아침마다 보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함께 서 있습니다. 그들이나 저나 주말을 기다리며 오늘을 보내는 건 똑같을 겁니다. 그래서인지 평소보다 훨씬 밝은 얼굴을 한 채 서서, 버스가 들어오는 저 먼 모퉁이만 보고 있습니다.
저는 늘 서 있는 그 자리에서 글을 쓰며 버스를 기다립니다. 생각해 보면 이 시간이 제겐 가장 소중한 시간인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해서 어김없이 하루는 시작될 테고요.
과연 오늘 하루는 어떤 일이 준비되어 있을까요? 설레는 주말을 앞두고 있어서 더욱 기대되는 하루입니다. 이번 주 주말은 또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지 작은 계획이라도 세워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