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경상북도교육청연수원에서 실시되는 주말 연수에 참석하기 위해 집을 나섰습니다. 집 앞에서 신호등의 불이 바뀌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쩐 일로 하늘로 눈길이 가더군요. 하루라는 시간을 보내면서 사실 하늘 한 번 보는 게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닌데 말입니다.
휘영청, 이라는 뻔한 단어가 생각날 정도로 달이 도드라져 보이더군요. 조금 더 유치한 표현을 써 보자면, 달이 저를 내려다보며 웃고 있더군요. 문득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의 글감이 떠올라 사진부터 찍으려고 얼른 휴대폰을 꺼내어 들었습니다.환하게 웃고 있던 달이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근처를 지나던 구름이 달을 뒤덮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휴대폰을 들고 족히 10초는 기다렸을 겁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도대체 하늘에 뭐가 있기에 아침부터 그러고 서 있냐는 듯 하늘을 올려다봤다가 저를 한 번 보고 지나쳐 갑니다. 아까처럼 선명하게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잘 보이면 보이는 대로, 가려지면 가려진 대로 괜찮을 것 같아 일단 셔터를 눌렀습니다.
장관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해서 잘 찍은 사진도 아닙니다.굳이 아침부터 저 흔한 풍경을 담는 이유는 이런저런 생각이 들게 했기 때문입니다.
달은 끊임없이 움직입니다. 구름도 움직입니다. 그런데 사진을 찍기 전에 보니 구름만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달은 가만히 있는데 구름이 와서 달을 가려 버린 듯하다는 얘기입니다. 그럴 리는 없습니다. 마치 우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다 보면 우리는 가만히 있는데 시간이 우리를 쏜살같이 지나치고 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 우리를 스쳐 지납니다. 때로는 궂은일도 있어서 어떤 때에는 우리를 가로막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게 합니다.그런데 우리가 가만히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 또한 바삐 움직이고 있지만, 시간이라는 그 거대한 담벼락 하나가 우리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드는 것 같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마치 구름에 가려진 달이 구름에게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는 것처럼 말입니다.
마음을 비우고 살자며 다짐해 온 저입니다. 지천명, 천명을 알 만한 나이도 지났건만, 구름에 가려진 저 달을 보니 힘겹게 살아가는 저를 보는 듯합니다. 아직 천명이 무엇인지 모르는 모양입니다. 뭔가를 하려고 나름은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저를 가리고 있는 구름의 존재를 거추장스러워하고 있는 듯합니다. 여전히 제 안에 욕심이 남아서 그런 것일까요?
누군가는 그렇게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만한 욕심도 없다면 무슨 낙으로 인생을 살아가겠냐고 말입니다. 오늘은 아직 떨쳐내지 못한 욕심이 무엇인지 제 안을 들여다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