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모든 게 그러했습니다. 어떠한 일이 과연 올까 싶다가도 막상 그때가 되고 나면 실감이 안 나곤 합니다. 그러면서 항상 하게 되는 말이 있지요.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가는지 몰랐다고 말입니다. 그것이 곧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에 다름이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됩니다.
아들이 군 입대할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이제 6개월 반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도 그렇습니다. 오백 일 넘게 남았다는 디데이 설정을 본 게 마치 어제 일 같으니까요. 내친김에 확인해 보니 192일이 남아 있네요. 조만간 병장 진급을 앞두고 있으니 말 다한 셈입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되뇌는 말입니다. 사실 그렇게 보면 궂은일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일에 이 말이 적용되는 건지도 모릅니다. 그게 좋은 일이든 그렇지 않은 것이든 혹은 즐거운 일이든 즐겁지 못한 일이든 간에 올 것은 반드시 오고 갈 것은 어떻게든 가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어제 수능 시험을 마친 딸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근 1년 동안 잊고 있었던 딸의 밝고 쾌활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평소 말로 표현하진 않았어도 입시에 대한 중압감이 얼마나 컸을지 충분히 짐작이 되고도 남았습니다. 결과가 어떻건 간에 수고한 딸아이에게 고생이 많았다는 말을 건넸습니다. 긴 압제에서 벗어난 식민지인들처럼 자유의 소중함을 느끼기라도 한 듯 표정이 밝아 마음이 놓였습니다.
뭐, 당연한 소리겠지만, 반드시 와야 하는 날이 오지 않은 적은 없습니다. 그 일이 어떤 성질의 것이었느냐에 따라 체감되는 정도만 달랐을 뿐 기다리던 일들은 반드시 왔습니다. 그러고는 아주 잠깐 제게 머물렀다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순식간에 자나가 버렸고요.
이제 남은 건 당장 다음 주 수요일로 다가온 학예회뿐입니다. 딱 5일 남았습니다. 연습할 시간도 사흘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매일 1시간 정도씩 연습할 시간을 주고 있긴 합니다만, 솔직히 어느 정도까지 연습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학부모님들을 초청하지 않다 보니 생긴 일인지도 모릅니다. 자기 엄마 아빠가 와야 긴장을 하는 법인데 말입니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절실함이 부족해 보이는 아이들을 마냥 탓할 수도 없습니다.
궁여지책으로 학예회의 전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반대가 많았지만, 학부모님들의 만장일치 찬성을 이끌어 낸 뒤에 아이들을 설득했습니다. 처음에 80%에 가까운 아이들이 반대했던 일입니다. 물론 결과는 뒤집어졌고요. 이것마저도 하지 않으면 그저 흔한 장기자랑 시간 정도에 그치지 않겠나 싶은 염려가 들었기 때문입니다.
결과가 어떻게 되건 간에 결국엔 이 또한 지나갈 것입니다.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었으니까요. 얼른 학예회도 끝내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학년을 마무리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