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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Aug 07. 2023

글을 쓰는 사람

여섯 번째 글: 글을 쓰는 사람, 과연 그는 어떤 사람일까?

이곳 브런치스토리는 글쓰기를 좋아하고, 타인이 쓴 글들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매우 건전한 공간입니다. 요즘처럼 문자미디어보다는 영상미디어에 함몰된 세대와는 달리 이 고리타분한 문자의 틀에 기꺼이 갇히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어쩌면 자발적으로 모인 공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제법 인지도가 있는 분부터 초야에 묻히다시피 하며 묵묵히 오늘도 글을 쓰는 분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있는 이곳,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매력적인 곳이라 아니할 수 없겠습니다.


오늘은 문득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과연 요즘과 같은 시대에 굳이 이렇게 힘들여 가면서까지 글을 쓰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하고 말입니다. 시쳇말로 누가 읽는다고 머리를 쥐어뜯어가면서까지 글을 쓰는지 그 속내를 알 길이 없기도 합니다. 일단 그전에 일반화의 오류를 충분히 범할 수 있음을 이해하시고 읽어 주셨으면 합니다.




첫째, 앞서 말했듯 시대적인 추세인 영상미디어를 버리고 문자미디어를 선택하여 기꺼이 고리타분한 문자의 틀에 자신을 가둔 사람들이 글을 씁니다. 이들이 문자를 택한 이유는 지극히 간단합니다. 자신을 타인에게 그리고 세상에게 설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진이나 영상 등으로도 자신을 설명하는 유튜버나 각종 SNS 사용자들이 있지만, 글을 쓰는 이들은 금방 자신이 드러나고 마는 영상미디어엔 그다지 큰 관심이 없습니다. 마치 모든 구석이 암호화되어 그 속뜻을 잘 살펴야 자신이 드러나는 그런 문자미디어를 선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암호화된 코드로 세상과 혹은 사람과 소통을 하려다 보니 소통에 있어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끼리끼리 어울린다고 하지요. 그래서 어쩌면 이곳에 모인 모든 작가님들은 이미 각자가 암호화된 코드를 손에 쥐고 있지만, 그 코드를 해석해 내는 데에는 적어도 우리에겐 큰 무리가 따르지 않는 것입니다.


둘째, 외로운 사람들이 글을 씁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혹은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주변에 사람들이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아닌데, 나는 아는 사람이 많은데, 하는 분도 있을 수 있겠으나, 아마도 그들은 대부분 그저 형식적인 관계에 지나지 않는 사람들이 가능성이 큽니다. 전 지금까지, 정말 친구가 많아서 24시간, 혹은 1주일이라는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타인과 오프라인적인 교류가 많은 사람들 중에서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본 기억이 없습니다. 그 말은 곧, 주변에 누군가가 늘 곁에 있어서 그 사람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고, 자신의 존재감까지 각인시킬 수 있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글을 쓸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셋째, 하고 싶은 말은 차고 넘치는데 어딜 가서 말할 자리를 못 얻는 사람들이 글을 씁니다. 대체로 이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뭔가를 이야기하려고 하면 긍정적으로 들어줄 준비가 된 사람들이 주변에 없을 가능성이 큽니다. 어쩌면 웬만해서는 이들이 말하는 자체를 환영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글을 쓰는 사람은 그 간극을 좀처럼 좁힐 수 없는 강 건너에 선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장 극단적인 경우엔 기회가 되어도 그가 하는 얘기를 들으려고조차 하지 않기도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일반적인 타인들과 도무지 코드를 맞추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서, 누군가는 가정 경제 사정이나 취업 및 진로 등으로 걱정할 때, 어쩌면 글을 쓰는 이들은, 타인들이 봤을 때 속이 편할 정도로 뜬구름 잡는 소리나 하고 이상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글을 쓴다고 해서, 작품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당장 밥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떡이 나오는 것도 아니니까요.


넷째, 은둔하려는 경향이 있는 사람들이 글을 씁니다. 보다 더 쉽게 말하자면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어떤 식으로 생각하든 가장 이상적이고 건전한 히키코모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글을 쓰는 사람이 죄다 경계성 지능 장애나 사회소통 장애를 가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타인에게는 조금도 피해를 주지 않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건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고리타분한 행위를 이어가는 사람들을 주변에선 충분히 답답한 사람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아울러, 아무래도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자신의 속에 담아놓은 내용물들은 일반적인 타인들이 소화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못될 확률이 높습니다. 멀쩡하게 우리가 사람들과 소통하다가도 마치 저녁만 되면 소굴에 숨어들듯 어딘가에 틀어박혀 글을 쓰게 되는 이유는 명백히, 타인이 소화할 수 없는 그 내용물을 어떻게든 표현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걸 적절한 장소에 혹은 적절한 시간에 밖으로 표출하지 않으면 적어도 글을 쓰는 사람들은 존재의 이유를 느낄 수 없을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글을 쓰는 사람에게 있어서 글이라는 건 어쩌면 세상과의, 그리고 사람과의 마지막 소통 수단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고리타분한 그 글이 있어야지만 세상 혹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이 글을 씁니다. 어쩌면 우리는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지 않은 마지막 의사소통 수단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세상과 이어질 수 있는 가장 최후의 수단입니다. 만약 이것마저 제 기능을 할 수 없다면 우린 세상과의 혹은 사람들과의 소통을 포기하고, 그냥 동굴 속으로 들어가 버릴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최소한 글이라는 가장 이상적인 세계를 포기하고 일상에 함몰되어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지금까지 말씀드린 건 제가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어쩌면 다른 분에게는 충분히 안 그럴 소지가 있으니 처음부터 일반화의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렸습니다.

전 이런 이유들 때문에 지금까지 글을 써 오고 있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이런 이유들로 인해 계속 글을 쓰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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