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백 쉰세 번째 글: 인생이란 게 다 그런 것 아닐까요?
문득 안개가 짙게 걸린 아파트를 보니 마치 우리 인생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것 하나 투명한 것 없는 인생 그 자체라고나 할까요? 살아가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때로는 우리의 미래를 조금은 알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입니다. 그만큼 인생이라는 것 자체가 불안하기 짝이 없는 것입니다. 어떤 고난이 우리 앞에 도사리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살아가면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과의 사이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도 알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합니다. 안개가 짙어도 가야 할 길이라면 반드시 발걸음을 떼야하듯 도처에 그 어떤 불안의 요소가 도사리고 있다고 해도 우린 우리의 삶을 살아내야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저런 불안 요소를 다 제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듭니다. 우리의 앞길에 그 어떤 어려움도 없이 각자가 원하는 대로 다 이루어진다면 과연 그런 삶이 흥미로운 삶일까 하고 말입니다.
안갯속을 헤쳐 나와 본 사람은 온몸과 옷에 습기가 잔뜩 밴다는 사실을 압니다. 물기 하나 묻히지 않고 안갯속을 통과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뜻하지 않은 암초에 부딪쳐 좌절하게 되는 순간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마치 안갯속에서 습기를 머금게 되듯 삶에 대한 고뇌와 좌절의 흔적을 남기게 됩니다. 사람이 일평생 동안 아무런 고뇌나 좌절 없이 살아갈 수는 없는 일입니다. 편하게 살려고만 한다면 한도 끝도 없는 것입니다.
온갖 이유들로 인해 지금은 힘들고 어렵더라도 몇 번의 우여곡절 끝에 다다르게 될 그 어떤 곳에는 분명 환한 빛이 우리를 비춰줄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고진감래라고, 앞이 보이지 않는 지금의 이 상황을 어떻게든 이겨내기만 하면 희망은 있다는 것이겠습니다.
어쩌면 이 생뚱맞은 생각이 오늘 아침의 저 짙은 안개를 보며 들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럴 테지만, 저의 인생이라는 것도 결국은 늘 안개가 걸린 길의 한가운데를 통과하고 있는 중입니다.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도 큰마음먹고 가로지르다 보면 기껏 해 봤자 습기 정도만 몸에 밸 것입니다. 그걸 두려워해서는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고요. 차라리 이럴 때에는 그 안개를 뚫고 나가면 과연 어떤 일들이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을까 하는 호기심을 갖고 발걸음을 옮겨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사진 출처: 글 작성자 본인이 직접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