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9일 목요일, 춥다
한때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그 말을 인용하자면 '추우니까 겨울이다'란 말도 성립할 테다. 추위를 덜 타기 위해 어지간히 대비를 하고 다니고 있다면 그 나머지는 자연의 흐름에 맡겨야 하는 법이다. 춥다고 호들갑을 떨 것도 없고, 고작 추위 때문에 움츠러들 이유 따위도 없다.
그런데 정작 나는 어땠을까? 어쩌면 말은 폼 나게 하면서도 '춥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것 같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아침의 찬바람을 맞으며 버스정류장에 서 있었다. 순간 지금이 여름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올여름 그렇게 폭염으로 고생을 해 놓고도 정작 겨울이 오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더워 죽겠다고 호들갑을 떨 때의 기억을 잊어버린 모양이다.
참으로 간사하기 이를 데 없다. 고작 이런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무슨 큰일을 할 수 있을까? 때로는 무감각하고 무딘 게 더 나을 수도 있는 법이다. 더울 때는 더운 걸 당연하게 여길 수 있어야 하고, 추울 때도 날씨에 변명을 해선 안 된다.
춥다고 발버둥 칠 일은 아니다. 그런다고 지금의 이 추위가 조금이라도 누그러들 리는 없다. 쿨하게 그냥 받아들이자. 추우니까 겨울이 아니겠는가? 춥더라도 웅크리지 말고 할 것은 해야 할 테다.
이제 겨우 시작된 겨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