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도 어릴 때부터책 욕심이 많았다. 1년에 최소한 100권 이상씩 읽던 시절에도 그랬고, 현직에 있던 초창기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책이라고는 구경도 할 수 없던 때에도 책 욕심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한동안 밖을 나갔다 올 때면 늘 내 손엔 책이 한두 권씩 들려 있었다. 인터넷 서점이 한때 열풍을 일으켰던 시절에는 마찬가지로 한두 권씩은 책을 주문하곤 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표현이 딱 맞겠다 싶던 어느 날, 아내가 폭탄선언을 했다. 그때껏 소장하고 있던 책 2,300여 권의 책을 1/4 정도 규모로 줄이지 않으면 이혼하겠다고 했다. 오래 같이 살아온 지금은 안다. 그때 그 말은 그냥 단순한 엄포였다는 걸. 그런데 그때는 꽤 심각하게 느껴지던 때였다.
눈물을 머금고 책을 줄였다. 그래서 결국 지금 현재 내게 남은 책은 500여 권. 책을 줄여나가면서 본격적으로 공공도서관을 다니기 시작했다. 학교를 옮길 때면 제일 먼저 가장 가까운 도서관부터 확보했다. 남들이 보면 무슨 포인트 적립 카드로 보이는 도서관 대출 카드가 8장가량 있는 것도 다 그때의 소산이었다.
꽤 오랜만에 지금 공공도서관 나들이를 간다. 내가 굳이 나들이라고 한 이유는 오늘 도서관에 가는 목적이 대출 때문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공부하러 가기 위한 것이거나 글을 쓰려는 것도 아니다. 물론 가는 김에 책을 빌려오긴 할 것이다. "성우의 언어: 성우를 만드는 22가지 질문들", 이 책 한 권만 빌려올 생각이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그래도 대구에선 대구중앙도서관이 가장 규모도 크고 장서량도 가장 많은 곳이라 수년 동안 즐겨 이용했다. 그러던 2~3년 전쯤 리모델링한다며 임시 장소로 옮겨 운영했는데, 장소가 너무 협소하고 불편한 게 많아 두어 번 가보고는 가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도서관이 다시 개관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름도 '국채보상운동 기념도서관'으로 바뀌었다. 한 2년 정도 임시 도서관 체제를 운영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얼마나 잘 지어놨을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성우의 언어"를 빌렸다. 간 김에 실내를 한번 쭉 둘러봤다. 있던 자리도 그대로, 연면적도 바뀐 건 없는 것 같은데 많이 넓어진 느낌이다. 아마도 그게 트렌드인 모양이다. 마치 도서관이 아니라 북카페처럼 꾸며놨다. 커피 매장도 있고, 자리마다 콘센트가 장착되어 있어 카공족에겐 딱인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