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의 만남은 작가가 너무 권위적으로 보입니다.
독자와의 만남은 언제 내게 독자가 있었나 민망합니다.
이름을 붙이자면 북토크가 소박하고 어감이 좋습니다.
만남의 매개가 책이어서 좋습니다.
그저 마냥 상상만으로도 흐뭇해집니다.
당장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더위가 점점 작아지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어느 주말 오후 혹은 수요일 저녁쯤에 만나고 싶습니다.
참석하는 분이 대여섯 명이어도 만족합니다.
오시는 분들이 모두 제 소설 <꿈꾸는 낭송 공작소>를 두 번 이상 만지작거리다 왔으면 좋겠습니다.
책을 앞에 두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인연이자 사건입니다.
책은 과거에 쓰인 이야기지만 현재에 읽어낸 이야기입니다.
그 사이에서 만난 우리는 미래에 살아갈 이야기를 나눌 겁니다.
잠깐은 소년이 되어
잠깐은 노인이 되어
낭송 너머의 일상, 꿈, 기억들을 듬성듬성 서로에게 건넬 겁니다.
서로 받아 쥔 이야기들은 씨줄과 날줄이 되어 우리만의 옷감을 짤 겁니다.
누가 저자랄 것도 없이 누가 독자랄 것도 없이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는 끝이 없습니다.
그래도 하나의 정돈된 프로그램으로 마련하자면 이것도 좋겠습니다.
소설 속 열두 개의 장에 흐름을 북토크에 장착하는 겁니다.
1장 소년, 노인을 만나다에서는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2장 시가 아름다움을 다스린다에서는 각자에게 소중한 아름다움에 대하여를
3장 치유와 위안을 위한 놀이에서는 우리에게 위로가 되는 것들에 대하여를
4장 사이를 생각하는 시간에서는 경계에서의 고충과 아픔에 대한 이야기를
5장 아름다운 감성 노동자에서는 우리를 욕망하는 감성의 대상에 대하여를
6장 떨림과 설렘에서는 나를 뒤흔드는 떨림과 설렘의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7장 느리게 느리게에서는 일상에서 느리게 하면서 행복을 주는 것들에 대해서를
8장 우연에서 진실로에서는 우연에서 발견한 진실의 순간들을 떠올리면서
9장 할 때 힘들면 일, 안 할 때 힘들면 사랑에서는 일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10장 게으른 나무는 없다에서는 자연스러운 풍경에 대한 이야기를
11장 시시해지지 않기 위하여에서는 나를 변화시키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12장 구름이 구르고 있어에서는 엉뚱한 상상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요.
열두 번은 우리 만나야겠어요.
아니 한 달에 하나의 챕터로 이야기 나눠도 한 해가 훌쩍 지나갈 주제들이네요.
책 한 권으로 우리가 한 해를 만나는 것도 썩 나쁘진 않아요.
북토크가 열린다면 큰 북, 작은 북 세상의 모든 북들을 두드리며 당신을 맞이하겠습니다.
올 가을에는
북토크 어때요?
꼭 오실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