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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Aug 18. 2023

집에 가는 길

마흔세 번째 글: 요즘은 알려야 하는 시대

오케스트라 본 캠프 일정은 오후 3시쯤 마무리되지만, 난 다른 일정이 있어 2박 3일을 지내고 막 구미역으로 왔다.

날씨는 여전히 더웠지만, 다행스럽게도 모든 활동을 실내에서 소화할 수 있어서 더위 걱정은 면했다.

4학년 아이들을 3박 4일 일정의 캠프에 보내놓고 아마 다들 노심초사했을 테다. 잘 있으니 걱정 마시라고 수시로 문자를 보내 드렸다.




학생들을 이렇게 해서 캠프를 가게 되면 거의 절대다수의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옆에 바짝 붙어 일거수일투족을 살핀다.

"야, 2박 3일 동안 공기 좋은 데 가서 푹 쉬다 와라."

친구란 놈이 그렇게 말할 정도로 학교에서 캠프를 가면 아이들은 내팽개쳐 놓고 마냥 놀다 오는 줄 아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물론 24년 동안 그런 선생님을 딱 세 분 보긴 했다.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은 나 몰라라 하고 캠핑이라도 온 듯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 말이다. 이런 분들은 어딜 가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아프다고 하면 어디가 아픈지 물어보기 전에 보건실부터 보내고, 싸움이 일어나면 정황을 파악하기 전에 학교폭력 담당자에게 먼저 연락하는 스타일이다.

99% 이상의 선생님들은 성심성의껏 아이들을 지도한다. 그 직업적인 습관이 어디 갈까?


당연한 것이니 묻지 않는 다음에야 굳이 먼저 말하지 않는다. 이틀 밤을 6시간 동안 불침번을 섰다고 말하지 않는다. 이유는 명확하다. 그게 우리의 할 일이기 때문이다. 당번으로 정해져 있든 아니든, 아이들이 숙소에서 자고 있는데, 한가하게 지도자 숙소에서 폰이나 TV를 보며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 그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하게 되어 있다. 그게 직업병이고 우리 같은 교사들의 최소한의 양심이다.


그런데 요즘은 세상이 달라졌다. 아이들에게 한 것은 했다고 정확히 말해야 하는 세상이 왔다. 아이들을 프로그램에 떠다밀어놓고 인솔 교사는 놀지 않는다는 걸 굳이 이야기해야 하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내가 맡은 아이들은 적어도 1년 동안은 내 새끼들이다. 캠프에 참석한 대부분의 아이들이 다른 학년 혹은 다른 반이지만, 캠프 기간 동안은 내 새끼들이다.

맞다. 이런 마음을 모든 선생님들이 갖고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교권침해니 어떠니 저떠니 하지만, 솔직히 다 필요 없다. 내 아이를 맡은 선생님이 지금도 어딘가에서 내 아이를 위해 크고 작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만 알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걸 모르니 내 아이에게 무관심하다는 오해가 생기고, 그 오해로 인해 의사소통이 단절되는 것이다.

집에 가는 길, 오늘따라 발걸음이 무겁다.


사진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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